[사람 사람] 중앙일보 창간독자 고 함성택씨 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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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영감이)신문을 자식처럼 아꼈는데 이렇게 보내다니 섭섭해…. "

지난 12일 30여년간 남편 고 함성택(咸成澤)씨가 모아뒀던 중앙일보 신문을 본사에 기탁한 김광림(73.서울 강서구 방화동)씨는 막상 신문이 트럭에 실리자 무척 아쉬워 했다.

咸씨는 중앙일보가 창간한 1965년 9월 22일부터 1996년 6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본지를 단 한부도 빼놓지 않고 모아온 창간독자. 그가 암으로 별세한 뒤에는 아들 성웅(38)씨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신문을 계속 모아 왔다.

"하루라도 신문이 배달되지 않으면 난리가 났어요. 보급소에도 없으면 직접 신문사에 쫓아가서라도 꼭 챙겨다 놓곤 하셨죠. 이사다닐 때마다 보통 성가신 게 아니었지만 '내 취미' 라는 데는 할 말이 없었어요. "

신문의 네 귀퉁이를 정성스레 맞춰 모아둔 것부터 고인이 고이 간직해 온 본사 창간 10.20주년 행사 초청장과 대금 영수증 등에는 咸씨의 꼼꼼함과 신문에 대한 사랑이 듬뿍 묻어 있다.

고인은 생전에 도서관 등에 기증 의사를 밝혔지만 선뜻 받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었다고 한다.

마이크로필름으로 보관하는 게 일반화된 탓에 먼지 날리고 부피도 큰 신문 뭉치를 선뜻 가져가겠다는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눈이 어두워지고 생활도 어려워져 신문 관리가 벅차게 된 金씨는 결국 지난 연말 본사에 기탁 의사를 밝혔고 이날 정들었던 신문을 떠나 보내게 됐다.

신문을 실은 트럭을 전송하며 그는 "남편 삶의 일부였던 신문이 제자리를 찾게 돼 다행" 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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