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간지역 제설, 트랙터가 '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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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농기계인 트랙터가 농촌·산간지역의 제설작업에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북 남원시는 13일 12㎝의 눈이 내렸지만 고갯길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교통통제 지역이 단 한곳도 없었다. 농민들이 트랙터를 끌고 나와 도로의 눈을 밀어 치운 덕분이었다.

남원시가 보유한 제설 장비는 덤프트럭 3대 ·제설기 1대에 불과해 시내의 눈을 치우기만도 빠듯했다. 때문에 운봉읍을 비롯한 읍 ·면지역에서는 80여대의 트랙터들이 동원돼 제설작업을 벌였다.

트랙터는 논 ·밭을 갈아엎고 흙덩어리를 잘게 부수는가 하면 벼를 수확할 수도 있는 농기계.바퀴가 울퉁불퉁해 웬만해선 미끄러지지 않아 길고 넓은 삽만 달면 눈을 밀어 낼 수 있다.

15㎝의 눈이 내린 순창군에서도 14일 20여대의 트랙터가 나와 제설작업에 효자노릇을 했다.

특히 산세가 험한 쌍치면·복흥면에서는 국도 ·지방도 등 4개 도로의 신속한 제설작업을 위해 트랙터 보유 농가들과 사용계약까지 맺었 었다.

눈이 내리면 즉각 트랙터를 끌고 나와 치우면 부품수리비 ·기름값 ·일당 등을 대 주기로 했던 것이다.

전북지역에서는 가장 많은 16㎝나 내린 임실군 12개 읍 ·면에서도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50여대의 트랙터를 끌고 나와 국도·지방도의 눈을 깨끗이 치웠다.

최진영(崔珍榮)남원시장은 “시청이나 군청이 보유한 제설차량만으로는 모든 눈길을 정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스스로 트랙터를 몰고 나와 눈을 치워준 농민들이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남원=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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