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규장각 도서 296권 영구대여 내달 프랑스에 공식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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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프랑스 정부에 외규장각 도서 296권의 영구 대여를 공식 요청할 방침이라고 외교 소식통이 21일 밝혔다. 영구 대여는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해군에 빼앗긴 외규장각 도서를 프랑스 정부로부터 대여받아 국내에 들여온 뒤 4년마다 대여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도서들의 반환을 의미한다. <본지 1월 9일자 4면>

정부 당국자도 이날 “최근 프랑스 측이 정부의 정리된 입장을 전해 달라고 요청해왔다”며 “문화재청 등 관계 부처와 최종 협의만 남겨둔 상태로 그런 방향(영구 대여)으로 일을 진행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는 외규장각 도서를 조속히 돌려받아야 한다는 국민 여론과 국내법을 이유로 문화재 반환을 불허하는 프랑스 사이에서 정부가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파악된 프랑스 소재 외규장각 도서는 총 297권이다. 이 중 휘경원원소도감 1권은 1993년 영구 임대 형식으로 우리 측에 반환돼 이번에 추진될 영구 대여 대상은 296권이 된다. 영구 대여가 성사되면 정부는 우리의 국보급 문화재를 프랑스에 대여·전시케 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문화재를 대여해 교환 전시토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93년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이 문화재 상호 교류와 대여의 원칙에 합의한 이래 여러 채널로 프랑스와 도서 반환 협상을 진행해왔다. 이와 관련,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교장관이 다음 달 방한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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