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보거를 찾아 떠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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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 우리를 도와주세요. 우리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전쟁과 질병, 식량 부족에 피지도 못한 채 시들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벨기에 비행기에 밀항, 유럽으로 가려다 기내에서 동사(凍死)한 두 기니 소년들의 편지가 뒤늦게 발견됐다."

"프랑스 서부 해안에서 침몰한 유조선 에리카호로부터 기름 유출이 계속되면서 해안 4백㎞ 가량이 시커먼 기름띠로 뒤덮였다. 이미 1만2천마리 이상의 바닷새가 기름을 뒤집어쓰고 죽었다."

새 천년에 대한 희망으로 들떠있던 1999년 8월과 12월 보도된 이 뉴스들은 유럽인들을 경악시켰다.

충격을 받은 프랑스의 지성들은 잇따라 관련된 책들을 냈고 이 중엔 소설가 질베르 시누에도 있었다.

첫 에세이집 『보거를 찾아 떠난 7일간의 특별한 여행』에서 50대의 저자는 마법의 양탄자라는 문학적 환상의 도구를 이용, 10대의 아들과 세계 여행을 떠난다.

그는 오염으로 인해 작아지고 있는 아랄해, 기아와 에이즈로 죽어가고 있는 땅 아프리카, 고등학생 총기난사 사건으로 흉흉한 미국 등 어른들이 문명과 진보라는 미명하에 '지난 2천년간 지구를 가지고 장난' 친 결과를 보여주며 고백한다.

"이 점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경유로 뒤덮인 한 마리 새의 모습이 필요했다. 너에게 용서를 빈다" 고.

다소 무거운 주제지만 솜씨있는 포장술에 힘입어 중학생 이상의 독자라면 함께 읽을 만하다. 신화와 전설, 현대 문학가들의 작품도 적절히 인용하고 있다.

'보거' 는 배고픔.추위.사랑에 굶주린 제3세계의 어린아이를 상징하는 이름이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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