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옛 문명의 풀리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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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과거의 문명이 지닌 신비함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일은 늘 흥미롭게 마련이다.

거기에 다양한 지식을 갖춰 정확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안내인이 동행한다면 그 재미는 더 늘어나게 된다.

고고학 분야 전문 저술가인 피터 제임스와 유럽 선사시대를 전공한 고고학자 닉 소프가 지은 『옛 문명의 풀리지 않는 의문들』은 고대 문명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저자들은 여기서 '안내인' 이상의 역할을 맡는 것에 대해 스스로 경계한다.

저자들은 사라진 대륙 아틀란티스, 피라미드에 묻혀 있던 이집트 파라오 투탕카멘의 저주, 페루의 나스카에 그려진 거대한 지상화 등 수수께끼로 치부되는 문명들을 둘러 보면서 성급한 결론을 내놓지 않는다.

대신 그 '신비' 를 둘러싸고 여러 학자와 탐구자들이 제시한 다양한 해석들을 충실히 전달한다.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긴다는 것이다.

고대 문명의 신비를 얘기하면 우선 떠올리는 피라미드를 다룬 대목. 저자들은 피라미드를 두고 벌어진 여러 주장들을 냉정하게 검토한다.

피라미드가 외계인에 의해 지어졌다는 주장과, 내부에서 시신이 발굴된 적이 없어 피라미드가 원래 이집트 왕의 분묘가 아닐 것이라는 설 등에 대해 여러 자료들을 제시하면서 반격을 가한다.

2.5t 무게의 피라미드 돌을 경사면으로 끌어올리는 방법, 피라미드 정점의 관석(冠石)을 덮는 기술 등을 소개하면서 이들이 건축 당시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던 것임을 보여준다.

또 이집트 역사에서 제18왕조(기원전 1520~1300)때 성행했던 도굴풍습을 예로 들면서 피라미드에 왜 시신이 없는가를 설명한다.

책의 기조는 고대 문명에 대한 믿음이다. 고대 문명의 기술적 한계를 예단하는 습관은 현대 문명의 옛 것에 대한 턱없는 자부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고대 문명에 대한 다각도의 해석으로 책을 읽는 재미는 각별하다.

그러나 한 문명의 전모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들어가는 깊이가 없어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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