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애삼존불 보호각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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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백제의 미소’로 널리 알려진 국보 제84호인 서산마애삼존불(瑞山磨崖三尊佛 ·충남 서산시 운산면 용현2리)주위에 설치된 보호각 철거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충남도는 최근 문화재청에 마애삼존불이 새겨진 암벽 주변의 보호각을 철거해도 좋은지를 묻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충남도는 관광객들이 마애삼존불상 관리인이 보호각 안에 설치된 전등을 비추는 방향에 따라 생겨나는 ‘가공된’ 미소만을 보개돼 불상의 신비감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이유로 철거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직접 관리를 맡고 있는 지자체인 서산시는 보호각이 철거될 경우 관광객 등에 의한 불상 훼손과 풍화 ·균열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서산시는 마애삼존불이 국보로 지정(1962년)된 후인 65년 불상의 풍화작용을 억제하고 외부인 등에 의한 불상 훼손을 막기 위해 3평 크기의 한옥 형태로 보호각을 설치했다.

이같은 논란은 삼존불이 정동쪽에서 해가 뜨면 활짝 웃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엷은 미소로 변한 다음 해질녘이면 과묵한 표정이 된다는 점에서 비롯되고 있다.

보호각을 철거해 삼존불의 신비스런 미소를 볼 수 있게 하자는 주장과 보호각을 살려 문화재 보전에 신경써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영남대 유홍준(51)교수는 그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보호각 때문에 삼존불상의 자연스런 미소가 사라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문화재청은 지난해 말 문화재 위원회를 열어 보호각 철거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이달 중 현지조사와 전문가 의견 등을 토대로 철거 여부를 다시 논의키로 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문화재청,서산시 등과 협의해 마애삼존불의 진가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기 6세기 중엽 백제시대 작품으로 추정되는 마애삼존불은 암벽 중앙에 석가여래입상(높이 2백80㎝), 오른쪽에 반가사유상(1백66㎝), 왼쪽에 협시보살(1백70㎝)등 3개의 불상이 새겨져 있다.

서산=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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