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돈 나머지 600억 행방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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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안기부가 신한국당에 지원한 1천1백92억원 중 일부가 비자금(□資金)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여권 핵심 인사는 10일 "안기부 자금이 상당 부분 남아 있고, 이것이 '김영삼 정권' 당시의 실세 그룹에 의해 차명계좌로 관리된다는 소문이 있다" 며 의혹을 제기했다.

심지어 정치권 일각에선 "1백억원 가량을 현찰로 바꿔 보관하고 있다" 는 '비자금 은닉설' 까지 나돈다.

한 관계자는 "일반 창고가 아니라 특수 컨테이너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며 소문의 일단을 언급했다.

이런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안기부가 1996년 총선 때 9백40억원, 95년 지방선거 때 2백52억원을 지원했으나 그중 5백35억원만 사용처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나머지 6백57억원에 대해선 검찰이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선거를 치러 보면 어느 당이나 꼬리표를 붙이기 힘든 지출이 많은 게 사실"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한국당 사무총장이었던 강삼재 의원의 관리계좌에 들어간 9백40억원 중 무려 4백13억원이나 용도가 불명확한 것은 뜻밖" 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여권 관계자들은 "상당한 규모의 돈이 총선 뒤에 남았을 것" 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영환(金榮煥)대변인은 최근 "97년 대선에서 안기부 예산 전용이 없었는지 관심을 갖고 주목할 문제" 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남은 돈이 97년 대선 때 쓰였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에선 "안기부 1년 예산이 당시 5천억~6천억원에 불과한데 어떻게 1천억원 가량을 빼낼 수 있느냐" 며 아예 비자금 조성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런 의문에 대해 검찰 쪽에선 명확한 설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에게 1억원 전후의 작은 액수로 쪼개져 나간 사실을 확인했다" 고 설명했다.

그 중에는 정치인(총선 후보자)계좌가 아니라 일반인의 이름을 빌린 차명계좌로 흘러들어간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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