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열린우리 해외 사례 왜곡 인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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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지난 15일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을 간접규제하는 내용의 '신문법안'을 발표했다. 점유율이 1개사 30%, 3개사 60% 이상일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보고 부당행위를 할 때 규제한다는 것이었다. 정청래 의원은 그 근거로 외국 사례를 들었다. 1개사의 점유율이 프랑스에선 30%, 스페인.이탈리아에선 20% 이상일 경우 규제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귄터위원회가 점유율이 20%를 넘으면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으로 봤다는 말도 했다. 다음날 KBS의 시사프로그램 '미디어포커스'는 이런 사례를 방송했다. '여론이 지배당한다. 신문시장 독과점'이란 코너에서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18일 "사실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문광위의 KBS 국정감사에서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KBS가) 외국 사례를 왜곡하거나 일부 사실만을 인용해 마치 외국에서도 신문사를 규제하는 것처럼 방송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KBS뿐만 아니라 여당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여당이 외국 사례를 입맛에 맞게 가공했고, KBS는 그걸 그대로 방송했다"는 것이다.

박형준 의원은 "프랑스 등에서 (여당안처럼) 규제한다고 하는 것은 완전한 왜곡"이라며 "시장점유율 제한은 신문사 인수.합병 때나 문제가 되지, 신문사 간 경쟁을 통해 (일정한 점유율을) 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미국.영국.독일.호주에선 이 같은 점유율 제한이 없다. 자료만 조금 찾아보면 아는 일이다"라며 여당과 KBS를 동시에 야유했다.

고흥길 의원은 "귄터위원회가 신문시장의 점유율 상한제 보고서를 냈으나 의견 불일치로 법제화되지 않았다"며 "독일엔 현재 신문의 시장점유율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사실을 (KBS는) 전혀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BS가 공영방송인지 여당에 이바지하는 공여(供與)방송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정병국 의원은 자료를 통해 "사회민주주의적 정치문화를 가진 프랑스 등에서조차 신문시장 점유율 제한이 위헌으로 판정났었다"고 주장했다. 세 의원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8월 신문협회 연구자료(아래 표 참조) 등을 제시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KBS를 적극 두둔했다. 정청래 의원은 "(KBS 보도내용이) 내가 조사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의 경우 신문사를 합병할 때 (시장점유율 기준을) 적용한다"며 새로이 한나라당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신문사의 발행부수가 30% 이상일 경우 형사처벌까지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KBS 미디어포커스팀은 "기존의 여러 자료에서 인용된 것을 다시 인용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그걸 우리가 창안한 듯 문제삼는 것은 우습다"고 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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