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탁월한 사업수완 돋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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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로마 교황청이 달라지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이탈리아 정부와 로마시의 지원을 받던 데서 벗어나 최근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도입해 재원마련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교황청은 지난 7일 마감한 2000년 대희년 행사 동안 이탈리아 통신업체 '그루포 텔레콤 이탈리아' 를 스폰서로 선정해 대희년 로고 독점사용권을 주고 8천만달러(약 8백80억원) 상당을 협찬받았다. 이 돈은 교황청과 1백20여개국에 있는 대사관을 연결하는 인터넷망 구축 등에 사용됐다.

교황청은 도서관 소장 유물의 복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미국 캘리포니아의 유통업체인 '1451 인터내셔널' 에 넘겨 지속적인 로열티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는 고대 이집트의 유물을 복제한 1천4백달러(약 1백50만원)짜리 금제품과 영세받을 때 입는 1백달러(약 11만원)짜리 의류 등 다양한 상품을 인터넷(http://www.1451.com)으로 주문받아 팔고 있다.

교황청은 기업 협찬과 복제품 판매 로열티 수입을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사업도 벌이고 있다.

바티칸박물관의 기념품점은 대희년 로고가 새겨진 1만7천5달러(약 2천만원)짜리 고급 시계와 티셔츠.재떨이 등 30여종의 기념품과 성물 복제품 등 1천여종의 교황청 관련 상품을 개발해 팔고 있다.

교황청의 이러한 마케팅 활동을 놓고 바티칸 내부에서 일부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하지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대희년을 마감하면서 "종교행사를 재정문제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고 말해 마케팅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교황은 대희년 조직위원회가 벌어들인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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