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DJP공조 시작] 2여 거야 정국 재시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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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년 만에 큰 눈이 내렸습니다. " (金大中 대통령.DJ)

"눈은 온다면 확실히 오는 것 같습니다. " (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JP)

8일 저녁 청와대에서 만난 DJP는 서설(瑞雪)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1시간30분 동안 부부동반으로 만찬을 마친 두 사람은 30분간 별도 회동을 가졌다.

회담장에서 나선 두 사람의 얼굴은 "매우 밝은 표정이었다" 고 박준영(朴晙瑩)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DJ는 朴대변인에게 합의문을 전달하며 "모든 게 잘 됐다. 모든 것을 상의해 하기로 했다" 고 말했다.

JP는 "공동정권을 이룩한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임기 마지막까지 최선의 공조를 해 유종의 미를 거두기로 합의했다" 고 설명했다.

'제2의 DJP공조' 로 정국은 2여(與)와 거야(巨野)인 한나라당의 대치양상으로 바뀌었다. DJ와 JP 두 사람은 지난 1년간 따로 추구했던 '정치적 모색' 을 접고 다시 손을 잡았다.

지난 4.13총선을 시작으로 DJ는 한나라당과의 '상생(相生)' 을 거론하고 일부 시민단체의 지원을 받는 정국관리 구도를 짰다.

JP는 DJ로부터 떨어져 나와 독자적으로 제3의 정치활로를 찾았다. 그러나 " '분리된 DJP' 의 정국운영은 엄청난 정치적 코스트(비용)만 문 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공세에 허덕였다" 는 게 여권 관계자의 고백이다.

따라서 DJP공조의 우선 목표는 李총재의 영향력을 차단해 국정운영의 안정감과 주도권을 회복하는 데 있다. 청와대 참모는 "야당 공세가 아무리 거칠어도 DJP공조를 기반으로 경제난을 회복하면 민심은 우리를 지지할 것" 이라고 자신했다.

DJP공조에는 장애물도 있다. 앞으로 있을 개각에서 양당 공조는 시험대에 오른다. 자민련 몫도 몫이지만 '나눠먹기' 라는 여론의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金대통령이 다듬어온 '인사를 통한 국정쇄신' 의 면모가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남북문제가 정국 전면에 재등장할 때 공동 보조를 맞출지 역시 미지수다. 자민련은 국가보안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신남북시대에 맞는 DJP공조의 틀을 짜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내각 공조가 이뤄지더라도 의회 공조나 정책 공조는 난관을 예고한다. 더구나 차기 대선 문제에서도 '임기말까지 공조' 라는 합의가 지켜질지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조차 자신하지 못한다.

JP는 이미 "민주당과의 합당은 없다. 우리 당은 우리의 길을 갈 것" 이라며 독자노선을 강조하고 있다. 이회창 총재와의 관계개선 의지를 내비친 것도 이런 불안감을 뒷받침한다.

김진국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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