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예금자, 수수료 더 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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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앞으로 예금이 많은 고객은 거래은행의 금융 전문가와 재테크 방법을 상담하는 등 맞춤 서비스를 받는 데 비해 소액 예금자는 현재보다 많은 거래 수수료를 물게 된다.

은행들이 고객들을 은행 수익에 도움이 되는 고객과 손실을 주는 고객으로 분류해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할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조흥은행은 최근 1년여 동안 고객의 예금과 은행 수익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예금이 많은 약 3%의 고객이 은행 전체 수익의 80%를 창출하며, 예금이 적은 75%의 고객은 오히려 수익의 20%를 까먹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조흥은행은 상위 3%의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 22개 지점에 설치한 우수고객(VIP)창구를 전국 1백50개 지점으로 확대한 뒤 1백85명의 전문 자산관리사(FP)를 배치해 이들 고객의 현금자산 운용에 맞춘 금융상품을 개발해 제공할 계획이다.

조흥은행은 또 수익에 도움을 주지 않는 고객층에 대해선 거래 비용이 많이 드는 창구 거래보다 현금 자동화기기와 인터넷 거래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조흥은행은 또 국내 은행의 각종 거래 수수료가 원가에 못미친다고 보고 장기적으로 손실 고객에 대해선 수수료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은행들은 고객의 수익 기여도에 따라 수수료 등 서비스를 차별화할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외국계 은행과 마찬가지인 제일은행은 이미 올해부터 전 계좌의 월평균 잔액 합계액이 10만원 미만인 고객에 대해선 매월 2천원의 계좌 유지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소액 예금자의 경우 예금 계좌가 은행의 컴퓨터 용량을 차지함으로써 생기는 비용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빛은행도 1월부터 고객과 각종 서비스에 대한 원가분석에 들어가 현행 서비스 체계를 수익성 위주로 바꿀 방침이다.

한빛은행은 손실 고객으로 분류되는 소액 예금자에 대해 일정 금액의 계좌 유지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무이자로 거래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우량 고객에게 각종 수수료를 면제하는 혜택을 주고 있는 신한은행은 장기적으로 손실 고객의 거래 수수료를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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