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무더기 고소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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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육군 모부대 L일병(20)은 지난해 11월 군검찰의 조사를 받고 기소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대학생이던 지난해 3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사이트(와레즈 사이트)를 연결해 놓았다가 소프트웨어 판매업체인 C사로부터 고소당했기 때문이다.

대학생 K씨(21)는 지난달 서울 S경찰서로부터 출두 통보를 받고 같은 이유로 조사받았다.역시 C사가 고소했다.

이들의 홈페이지에 접속한 다른 네티즌들이 홈페이지에 연결돼 있는 와레즈 사이트를 통해 C사의 소프트웨어를 공짜로 불법 다운받았다는 게 고소 이유다.

K씨는 "내가 직접 프로그램을 다운받지 않았기 때문에 죄가 되는지조차 몰랐다" 며 어리둥절해 했다. S경찰서에만 같은 사건으로 벌써 3명이 고발된 상태다.

별 생각없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와레즈 사이트에 연결한 네티즌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7월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이 발효되면서 특정 회사의 소프트웨어를 무단으로 다운받을 수 있도록 인터넷상에 설치만 해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무더기 고소를 한 C사는 1999년 말 국내 컴퓨터 사용자들이 즐겨 쓰는 미국산 화면 캡처 프로그램과 파일압축 프로그램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따낸 소프트웨어 판매사. C사측은 이미 50여명을 고소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이 대학생.직장인이다.

C사 관계자는 "불법 사이트에 견디다 못해 고소하게 됐다" 며 "집단고소 이후 판매량이 두배로 늘었다" 고 말했다.

이 회사의 요구로 일부 네티즌은 이미 1백만원에서 4백만원까지 합의금을 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른 프로그램 판매업체도 가세, 고소사태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홈페이지 제작용 소프트웨어 회사가 두명의 네티즌을 고소해 승소했다.

정통부 프로그램심의조정위 백형기(白馨祺)조사관은 "강화된 법과 네티즌의 인식 차이가 부른 현상" 이라며 "주의가 요구된다" 고 말했다.

조민근.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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