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 정치권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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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재임기간 중 한푼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은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 주변을 수사할 게 아니라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의 부정축재를 조사해야 한다."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이 전격 연행되자, YS의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은 4일 거칠게 반응했다.

전날 안기부(현 국가정보원) 비자금의 1996년 총선 유입의혹 수사내용이 보도됐을 때 "신경쓸 것 없다" 고 한 YS는 이날 金전차장의 연행을 보고받고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주변에선 YS의 침묵을 "화가 단단히 난 것" 으로 해석했다. 朴의원은 "金전대통령은 현 정권의 정치보복 행위를 지켜보다 적절한 시점에 단호한 입장을 밝힐 것" 이란 말로 격앙된 상도동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여권은 검찰 수사가 자신들과 무관함을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YS와 가까워져야 하는데…" 라며 "정치적 득실에선 완전히 마이너스" 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은 "이 문제를 잘못 건드리면 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 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박상규(朴尙奎)사무총장은 "당에서 문제를 제기한 게 아니다" 고만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검찰 수사는 YS와 민주계 인사에게 재갈을 물리기 위한 YS독설 잠재우기" 라고 여권을 공격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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