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공단 화재공포… 3일꼴로 '싸이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에서 음료용기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李모(55)씨는 요즘 오전 2~3시까지 퇴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아도 불경기에 고전하고 있는데 혹시 공장에 불이 나거나 이웃 공장 화재로 엉뚱한 피해를 보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李씨는 지난해 12월 서울의 가족들과 떨어져 아예 공장 근처로 숙소를 옮기고 출근도 제일 먼저 하고 있다. 최근에는 화재보험에 새로 들었다.

이 공단에서는 다른 공단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화재가 빈발해 입주업체 관계자들 대부분이 李씨와 비슷한 불안을 안고 있다.

4일 안산소방서에 따르면 1999년 한 해 반월공단 내 공장에서 무려 89차례 불이 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백25건이 발생했다. 사흘에 한번씩, 입주업체 10곳 중 한 곳에서 불이 난 셈이다.

재산피해가 심각한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에만 5명이 숨지고 64명이 다치는 인명피해가 났다.

올 들어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4일 오전 2시 반월공단 내 608블록 S염색공장(대표 권창식.40)에서 불이 나 공장내부 90평과 기계.원단 등을 태워 3억원(소방서 추정)의 재산피해를 내는 등 올들어 4일 동안 6건의 화재가 일어났다.

한 소방공무원은 "화재신고만 들어오면 으레 공단에서 일어났으려니 한다" 고 말할 정도다.

가장 큰 원인은 공단 시설이 노후한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누전(47건)이 가장 많았고 조업 중 불티(17건).안전부주의(6건)순이었다.

소방 관계자들은 반월공단의 공장이 건립된 지 20년이 지나면서 특히 전기시설이 낡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배선 교체와 안전교육 강화가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입주업체들 상당수가 영세한 데다 최근 경기불황까지 겹쳐 시설개선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4백60만평 규모의 반월공단에는 현재 1천3백여개의 금속.비철.도금.염색.플라스틱.섬유 등의 공장들이 입주해 있다.

안산=정찬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