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날아라 밴드 뛰어라 인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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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에이 ×발, 그러고 보면 인디 어쩌구 하면서 거품 기사 쓰던 기자 ××들이나 살살이 평론가 놈들도 다 똑같아. 언더그라운드의 정신이니 머시기니 하면서 의미 부여할 땐 언제고 원고료 타먹고 거품 가시니까 싹 사라지네. " (218쪽)

새해를 맞아 가요 기사의 변화를 나름대로 구상하던 중 출판사로부터 새 책이 날아왔다.

그래, 언제부턴가 인디 밴드 기사가 거의 없었어, 새해엔 실력있는 밴드들이랑 재미있는 클럽들 소개도 좀 하고 그래야지, 라고 다짐하던 차였다.

그런 반성이면 반성, 계획이라면 계획을 하고 있던 중에 직설적인 욕을 먹고 보니 "어이, 화제가 되면 기사 쓰는 거고…. 원래 언론이라는 게 그래" 라는 식의 변명을 쭈뼛거리며 내놓기가 쑥스럽다.

'날아라 밴드 뛰어라 인디' 는 일명 '홍대앞 밴드들' 로 통칭되는 한국 인디 밴드들의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이야기 하며 내일을 생각한 책이다.

한국 인디 밴드 문화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이 책은 인디 문화를 이야기하려는 이들에겐 귀중한 1차 자료의 역할을 할 듯하다.

"도대체 인디가 뭐야?" 라는 '초보적인' 질문에 대한 답부터 시작, 한국 인디 밴드들의 계보와 현황까지 정리했다.

인디 레이블 'Indie' 대표 김종휘씨, 중앙일보 기자를 하다 지금은 영화주간지 씨네21에서 일하고 있는 문석씨, '입 닥치고 춤이나 춰' 의 저자인 음악평론가 신현준씨, 인디 밴드 허백지밴드 보컬 출신인 안이영노씨, 음악평론가이자 시인인 성기완씨 등 다섯의 지은이들은 모두 밤마다(때로는 대낮에도) 홍대앞을 휘젓고 다니며 인디 밴드와 클럽들을 응원해온 넓은 의미의 문화 게릴라들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한국 음악의 앞날을 밝혀줄 희망처럼 떠받들여졌으나 이제는 그 존재조차 의심받게 된 홍대앞 인디 밴드들에 대한 그들의 걱정과 격려에는 순수한 진정성이 뚝뚝 묻어난다.

립싱크와 댄스 그룹이 판을 치는 한국 가요계 현실에서 인디 밴드에 희망은 없는가.

"(인디 밴드에)문제는 대박이 아니라 지속성이다" (273쪽)는 고언(苦言)이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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