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 인권 외면 땐 세계의 비웃음 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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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상황을 외면하면서 한국의 대외적 이미지가 좋아지길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 아닌가요?”

TED는 올해 처음으로 30, 40대 연령대 세계 각국의 혁신가 15명을 뽑아 ‘시니어 펠로’로 선정했다. 이들은 예술·비정부기구·정보기술·과학 등 각 분야에 종사하는 인물들로, 3년간 5개의 TED 콘퍼런스에 1000여만원의 참가비 없이 초청된다. 시니어 펠로 중 유일한 한국계인 에이드리안 홍(사진)을 9일(현지시간) 행사가 열린 미국 롱비치에서 만났다.

재미교포 2세인 그는 예일대를 나와 캘리포니아에서 정치활동을 하다가 탈북자를 지원하고 북한 인권운동을 펴는 비정부기구 ‘링크(Liberty in North Korea·북한에 자유를)’를 설립한 바 있다. 2006년엔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돕다가 현지 공안에 체포돼 구금됐다 추방되기도 했다. 지금은 링크 활동을 그만두고 ‘페가수스 프로젝트’라는 또 다른 비정부기구를 시작했다.

에이드리안 홍은 “북한 인권을 지원하는 일은 정치적 동기나 통일 염원과는 무관하며 인간의 기본 권리에 관한 것”이라며 “미국이나 유럽 등 어느 나라보다 한국민과 정부의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는 사실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 한류 알리기, 평화유지군 파견 등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수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한다면 세계의 비웃음만 살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에이드리안 홍은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는 북한 인권 운동에 대해 노골적인 적대감을 느꼈다”며 “정부가 바뀐 지금도 지원이나 관심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하고 있는 ‘페가수스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첨단기술을 이용해 북한뿐 아니라 폐쇄적인 사회 국민에게 서로 간에, 그리고 바깥 세계와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롱비치=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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