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살인'에 꺾인 효녀 여고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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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전북 고창군 남매 피살사건은 엽기적 수법 외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악착같이 살아온 어린 여고생의 삶의 의지가 인생 낙오자에 의해 무참하게 꺾였다는 점에서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살해 당한 박은미(17.여고1)양은 동네에서도 소문 난 효녀였다. 아버지가 6년 전 병으로 작고한 뒤 공공근로사업으로 생계를 꾸려온 어머니를 돕기 위해 밥.빨래 등 집안 일을 도맡았다.

또 함께 죽은 동생 홍선(11.중학교1)이가 발육부진으로 책가방을 메기조차 힘든 것이 불쌍하다며 매일 30분 이상씩 걸어 등하교를 함께 한 좋은 누나였다.

그러면서도 주말이면 동생 학비와 용돈을 벌겠다며 4㎞ 정도 떨어진 면소재지 슈퍼마켓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반면 범인 金모(31)씨는 삶의 의욕을 잃은 채 성적 욕구에만 탐닉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金씨는 경찰에서 "결혼도 못한데다 뚜렷한 직업이 없어 평소 자살을 생각하고 칼.끈을 갖고 다녔다" 고 말했다.

金씨는 중졸학력에 강간.절도 등 전과 8범. 외항선 선원.식당 종업원 등으로 일하다 지난 7월 고향인 고창으로 돌아왔다.

한편 金씨는 지난 10월 25일 고창군 해리면 평지리에서도 혼자 길을 가던 초등학교 5년 정모(11)양을 성폭행하려다 죽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창=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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