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빈 전 총리 딸, 중앙일보에 평화메시지 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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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앙일보는 지난달 4일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고(故)이츠하크 라빈 전 총리의 서거 5주기를 맞아 평화운동을 펼치며 그의 뜻을 이어온 부인 레아에게 한반도에 보내는 평화의 메시지를 부탁했다.

하지만 72세의 레아는 같은 달 12일 암으로 숨졌으며 이들 부부의 딸인 달리아가 대신 글을 보내왔다.

나의 아버지 이츠하크 라빈 총리가 극우 유대교도에 의해 암살당한 지 5년이 지났지만 그 때의 고통과 커다란 상실감은 사라지지 않고 제게 남아 증오와 폭력의 끔찍한 결과가 무엇인지를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라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수많은 전투에 참전했지만 언제나 평화만이 최고 전략이라는 굳은 신념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는 한평생 팔레스타인과의 대립을 중단시키려 노력했고 이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용감한 정치적 결단력과 행동은 새로운 중동평화의 장을 여는 단초가 됐습니다.

노벨위원회는 1994년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함께 라빈 총리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했습니다.

올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은 전쟁과 대치상황을 극복하려고 노력해 왔다는 점에서 라빈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金대통령의 북한 방문은 라빈이 93년 오슬로 평화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백악관에서 아라파트 수반과 만나 악수하는 모습처럼 남북한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협상을 촉진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제 기억은 폭력과 증오의 끝없는 기억들로 점철돼 늘 고통스럽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전쟁의 끔찍한 결말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평화의 중요성을 되새기길 바랍니다.

- 2000년 12월 21일, 이츠하크 라빈의 딸 달리아 라빈(이스라엘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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