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랑서 23일까지 이승일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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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23일까지 열리고 있는 이승일전은 대표적인 한국 판화가의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작가는 현재 홍익대 판화과 교수.한국현대판화가협회장이며 올해 중국 칭다오 국제판화비엔날레에서 동상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선 나뭇결 무늬의 릴리프와 판화, 한지와 나무무늬의 결합으로 신비롭고 환상적인 공간을 만들어온 작가의 근작들을 보여준다.

우주와 마음이 이루는 공간과 그에 대한 명상을 담은 공(空)연작들이다. 우주공간의 심연, 새벽의 여명이 주는 신비감, 하늘과 바다의 광활함 등이 추상적이면서도 간명한 화면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空2000-4' 를 보자. 나뭇결을 바탕에 깔고 있는 사각의 화면은 밝은 흰색의 윗부분과 어두운 아랫부분으로 양분돼 있다.

위에는 원 하나가 다시 위.아래로 갈색과 파란색 톤으로 분리돼 있다. 아래쪽엔 음악적인 율동성을 지닌 기하학적 형상이 작지만 선명하게 자리잡고 있다.

시각에 부담을 주지 않는 색상과 간명한 구도는 편안하고도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면을 상하로 분할한 작품들은 대개 아래의 어둠 속에 창조의 빛을 형상하는 모습이나 새의 유선형이나 유채색의 암호덩어리가 빛을 향해 서서히 움직이거나 날아오르고 있다.

위쪽 밝은 부위에는 바다나 육지 등으로 채워진 원이 자리잡고 있다.

어두운 정사각형이 화면 중앙을 차지한 작품들에서는 음악적 율동의 형상이 어둠의 바다 속에서 춤추며 자리잡고 있다.

미술평론가 김복영씨는 "밝음과 어둠의 대립구조를 통해 공(空)과 율(律)의 세계를 그려낸 작품들" 이라면서 "작가는 세계를 빛과 어둠으로 나누고 다시 하늘과 땅, 바다와 대지를 구분해 나가는 신화적 창조의 세계를 형상화하고 있다" 고 풀이했다. 02-732-3558.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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