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도박관광 줄어 불황 '주름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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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마카오 시내 중심가 곳곳엔 요즈음 반환 1주년(20일) 기념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4백여년 동안 포르투갈의 통치를 받아오던 마카오가 중국으로 반환돼 홍콩처럼 50년 동안 자치를 부여받는 특별행정구가 된 지 1년이 된 것이다. 그러나 행정제도 등은 반환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이동섭(李東燮.44)마카오 한인회장은 "통치자가 바뀐 것 외에는 변한 것이 별로 없다. 한마디로 평온하다" 고 말했다.

굳이 변화가 있다면 치안상태가 좋아진 점이다. 지난해 세금의 42%, 국내총생산(GDP)의 32%가 도박장에서 나올 정도로 도박업이 기간산업인 마카오에서는 도박장 이권을 둘러싼 폭력사태가 빈번했다.

대낮에 총격전.차량폭파테러가 벌어지고 경찰관 자녀가 학교 앞에서 무참하게 살해될 정도였다.

李회장은 "마카오에는 사형제도가 없었지만 중국은 사회불안범의 경우 재판을 거쳐 사형시키기 때문에 폭력조직이 상당히 위축된 것 같다" 고 말했다. 실제로 반환 1년 전 37건이던 살인사건이 지난 1년 동안 한건으로 줄었다.

현재 마카오 최대 관심사는 마카오관광오락유한공사(STDM)가 40년 동안 갖고 있던 도박 독점권을 2002년부터 개방.개혁하는 문제다.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마카오에서 도박장을 개설할 수 있게 된다.

마카오 정부는 '도박 개혁.개방' 으로 마카오 전체의 개혁을 이룩한다는 복안이다.

장쩌민(江澤民)주석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에드먼드 호(何厚.45)초대 마카오 행정특구 수반(행정장관)은 "도박업의 개혁.개방은 마카오의 새 길을 여는 첫 걸음"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도박 관광객이 크게 줄고 경제가 너무 가라앉았다.

25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다 최근 은퇴, 포르투갈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아메리코 길레르모(56)는 "손님이 너무 없다" 고 말했다.

마카오의 12월 실업률은 6.7%에 이르러 실업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마카오 정부는 이에 따라 "내년에는 공공투자 확대와 중소기업 육성 등 경제건설을 우선 추진하겠다" 고 밝히기도 했다.

또 마카오가 중국 고관들의 부패를 부추기고 있어 중국 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최근엔 항저우(杭州)시 부시장 예더판(葉德范)이 업자로부터 받은 수백만홍콩달러로 도박판을 벌이다 중앙기율위에 적발됐다.

이 때문에 현재 마카오 내 도박장에선 중앙기율위 감시원들이 관광객.도박꾼을 가장해 감시하고 있을 정도다.

마카오=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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