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력지원 가능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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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이 4차 장관급 회담에서 2백만㎾(발전설비용량 기준)의 전력을 공급해주고 이 가운데 50만㎾는 당장 공급해 달라고 요청해옴에 따라 실현 가능성 여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당장 북측에 전력을 보내는 것은 송배전 설비 설치 등 기술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발전소 건설의 경우 50만㎾급 기준으로 건설비용이 6천억~7천억원 정도 드는 데다 공사기간이 최소 5년 가량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결국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은 중유나 무연탄과 같은 화력발전 연료를 대줄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 남는 전기 줄 수 있나〓송전하려면 우선 남과 북을 가장 가깝게 연결할 수 있는 문산과 개성간(30㎞)에 송전탑을 세우고 전선을 까는 데만 1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남과 북의 전력 주파수가 달라 북한 전력설비의 상당수를 교체해야 하는 문제까지 생긴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남한의 주파수는 60㎐인데 비해 북한은 50㎐대인 것으로 알려져 송배전 설비만 깔고 전력을 공급할 경우 남측 전력설비도 제역할을 못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내 발전시설 용량이 4천7백만㎾로 예비율이 10.5%인 4백만㎾라 해도 실제로 이를 여분으로 간주하긴 어렵다" 고 설명했다.

북측에 발전소를 지어주는 문제도 간단치 않다. 통상 화력발전소의 발전기 1대의 용량이 50만㎾인데 북한의 요구대로라면 4개의 발전기를 새로 설치해야 한다는 얘기다. 50만㎾는 현재 북에 건설 중인 경수로 발전소(1백만㎾)전력 공급량의 절반에 해당한다.

발전기 한대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감안하면 총 2조5천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한전은 이밖에 기존설비에 발전기만을 하나 새로 놔주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도 유휴시설이 없는 상태라 어렵다는 입장이다.

◇ 발전소 연료 대주는 방법=북측이 당장 50만㎾를 지원해 달라는 얘기는 화력발전소를 돌릴 연료를 대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이미 1994년 10월 제네바 북.미 합의에 의해 미국으로부터 중유를 지원받고 있다. 한국전력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의 발전시설 용량은 6백93만㎾인데 연료부족과 시설이 낡아 2백70만㎾만 가동되고 있다.

이 시설을 제대로 돌리기 위해서는 연간 무연탄 40만t, 중유 25만t을 공급하면 된다고 한전은 분석했다. 이대로라면 무연탄과 중유값으로 각각 4백억원과 75억원을 지원하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어떤 방법이 됐든 북측에 전력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원 마련이 불가피하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쌀지원 등을 감안하고 연말까지 남는 남북경협기금은 2천2백억원 안팎이 될 것" 이라며 "당장 연료지원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발전설비 공급 등을 위해서는 기금을 추가조성해야 한다" 고 설명했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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