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성적 인플레로 수험생은 대입 지원에, 대학은 학생 선발에 혼선을 빚고 있는 가운데 고교들의 내신성적 부풀리기가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능성적 최상위권 15개 고교의 경우 한 학교는 전체 고3생의 88%가 '수' 를 받은 반면 다른 학교는 '수' 가 35% 에 그쳐 53%포인트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대는 13일 전국 1천8백47개 고교의 수능성적과 학생부(내신)성적의 상관관계를 처음으로 분석한 자료를 내놨다. 교육부가 2000학년도 대학입시 전형자료로 제공한 것을 토대로 한 것이다.
◇ 극심한 내신 격차=수능성적으로 볼 때 전교생이 모두 수능 상위 10%에 속한 지방 M고는 전교생의 88%에게 '수' 를 줬다. 같은 수준인 H고는 '수' 를 부여한 비율이 63%였다. 같은 수준의 B고는 '수' 가 73%였다.
이들 두 학교의 학생들이 대학에 지원할 때는 내신성적에서 후하게 받은 M고 학생들이 유리해진다. 특히 2001학년도 수능처럼 변별력을 잃었을 경우 내신성적은 합격을 좌우하는 열쇠가 된다.
또 수능 상위 10%에 든 학생이 단 한명도 없는 D고는 '수' 를 준 비율이 63%나 된다.이는 수능 상위 10%에 든 학생이 전교생 1백명 중 90명이 넘는 C고가 '수' 를 준 비율(35.37%)의 두배 수준이다.
내신 부풀리기 우려가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고려대의 한 관계자는 "수능은 이미 상위권 대학에서 선발기능을 잃었고 고교 내신은 모든 대학으로부터 신뢰성을 잃었다" 며 "교육 당국은 그동안의 고교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수험생.학부모.대학에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고 주장했다.
◇ 고교별 성적 차이=지난해 수능에서 서울 H고, 지방 M고.B고는 전교생이 수능성적 상위 10% 안에 들었다. 또 전교생 1백명 중 90명 이상이 수능성적 상위 10% 이내에 든 학교도 12개교나 됐다. 이들 학교의 상당수는 특수목적고교와 비평준화 명문고교였다.
이에 비해 지방 T고 등 8백23개교는 단 한명도 수능성적 상위 10% 안에 들지 못했다. 이들 학교를 포함해 1천44개교가 전교생 1백명 중 2명 이하 학생이 수능성적 상위 10% 안에 포함되는 수준이다.
고려대 김성인(金成寅)입학관리실장은 "수능성적으로 비교할 때 최상위권 학교는 전체의 0.8%에 불과한 반면 최하위권 학교는 전체의 56.5%나 됐다" 며 "이는 고교별 수준차가 극심하다는 증거" 라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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