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미술관 신축 인가취소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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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관악구가 지난달 17일 관악산 훼손을 이유로 서울대 미술관 신축 인가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서울대가 부지 위치를 마음대로 옮기며 산림을 훼손했다는 이유였다.

서울대는 다시 건축협의(인가)를 신청할 방침이지만, 양측 입장이 팽팽한 대립을 보여 "자연보호냐 예술진흥이냐" 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 인가취소〓관악구는 올 2월 서울대가 정문 옆 녹지대(약도)에 미술관을 신축하려는 계획에 대해 교수종합연구동 쪽으로 40m 옮겨 짓는 조건으로 인가를 내줬다. 서울대가 계획한 위치는 녹지 훼손이 많아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서울대는 위치를 옮길 경우 ▶일반인의 접근이 힘들고 ▶사유지가 일부 포함돼 있어 어려움이 많다는 등의 이유로 당초 계획한 부지에서 잡목을 베어내는 등 공사를 강행했다.

이에 관악구청은 즉각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으며, 서울대는 6월초 복구계획서를 제출했으나 10월말까지 복구율이 30%대에 그치자 관악구청이 인가를 취소한 것. 관악구청측은 "관악산은 한해 수십만명이 찾는 서울시민의 휴식공간" 이라며 "자연훼손은 최소화해야 한다" 고 밝혔다.

◇ 서울대 반발〓미술관 건립 책임을 맡고 있는 서울대 이종상(李鍾祥)박물관장은 "구청이 지시한 대로 부지를 옮기면 산림훼손이 더 많아진다" 며 "구청장이 자연보호라는 명목으로 지역여론을 호도하며 문화시설 확충에 발목을 잡고 있다" 고 비난했다.

서울대는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진 6월부터 미술.문화계 인사와 지역 주민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설계원안 찬성 서명작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4만명 이상 서명한 명단에는 지건길 국립중앙박물관장, 오광수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미술관.박물관계 인사들이 망라돼 있다.

◇ 서울대 미술관〓삼성문화재단이 메세나 운동(기업의 예술지원 활동)의 하나로 약 80억원을 들여 2001년말까지 완공, 서울대에 기증하기로 했다.

연면적 1천5백평 규모의 지하 1층.지상 3층으로 세계적 건축가 렘 쿨하스(네덜란드)가 8회의 현장답사를 거쳐 설계를 마쳤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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