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집안 싸움…국회 올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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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장면 1>

11일 오전 8시30분 국회 한나라당 총재실.

(목요상 정책위의장) "민주당 이해찬 정책위의장의 사퇴로 내일 있을 여야 정책협의회가 열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회창 총재) "그럼 국회는 어떻게 하자는 거야. 허, 참. "

여야 정책협의회가 관치금융청산법 등 5개 법안 협상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법안과 연계된 1백1조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은 처리되기 어렵다.

<장면 2>

오전 10시 예결위원회.

(장재식 위원장) "예결위가 의사일정을 하루단위로 협의하는 바람에 대단히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벌써 1주일째 이러고 있습니다. 여야 간사들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 의사일정을 잘 좀 짜주세요. "

<장면 3>

오전 10시30분쯤. 국회 교육위원장(이규택.한나라당)실. 한나라당 황우여 간사 등 소속의원 전원과 민주당의 이재정 의원 등 3명이 참석했다.

민주당 간사인 설훈 의원이 당내 행사를 이유로 불참(황우여 의원측 주장)하는 바람에 예정된 전체회의를 열지 못했다.

이날 회의는 교사들의 관심사인 '교원정년법' 등을 심의할 계획이었다.

薛의원측은 "薛의원이 몸이 좀 안좋은 데다 법안은 내일 심의해도 무방하기 때문에 한나라당측에 양해를 구하고 안 나갔다" 고 해명했다.

<장면 4>

오후 4시30분. 국회 운영위원장실. 모처럼 마주앉은 민주당 정균환 총무와 한나라당 정창화 총무는 입씨름만 벌였다.

"(자민련 교섭단체를 만들어주기 위한)국회법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정균환 총무), "관치금융청산법 통과를 보장해 줘야 의사일정에 합의해 주겠다" (정창화 총무)고 평행선을 달렸다.

국회가 무기력증에 빠졌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총무간엔 본회의 일정을 합의하지 못하고, 예결위는 하루살이처럼 불안한 예산심의를 하고 있다.

교육위원회처럼 간사끼리 아예 만나지도 못해 중요 민생법안이 지연되는 위원회도 한두 곳이 아니다.

국회 주변에선 민주당에 대해 "무슨 집권당이 이런지 모르겠다. 당 대표든 3역이든 국회를 챙기는 사람이 없다" 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정기국회 40여일을 장외투쟁으로 허비했던 한나라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 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영기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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