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강심장 고속버스 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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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 전 서울에서 경주까지 고속버스를 타고 갔다. 차안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가 휴대폰 벨소리에 잠이 깼다. 내 휴대폰이 울린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운전기사의 것에서 소리가 나고 있었다.

운전기사는 경주터널 입구에서 휴대폰을 받고 한 손으로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시속은 1백㎞였다.

나는 "기사님, 전화는 터미널에 도착해서 하시고 그만 끊으시죠" 하고 권했다. 운전기사는 휴대폰을 끄긴 했지만 사과를 하지 않았다.

다음 날 대구에서 서울까지 오는 길에 또다른 고속버스를 이용했다. 수원쯤 오자 전화벨이 울렸고, 이번에도 운전기사가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그 때도 시속은 1백㎞쯤이었다. 버스회사가 운전기사에게 서울에 도착하는 대로 다시 대구로 가라고 지시하는 내용이었다. 기사는 "그렇게는 안된다" 고 버텨 10분 가까이 통화가 이어졌다.

참다 못한 내가 "기사님, 승객들 생각도 하셔야죠" 라고 나서자 겨우 통화를 멈췄다.

시내 도로도 아니고 고속도로를 주행하고 있는 기사들에게 전화를 거는 버스회사와 운전기사들의 강심장이 놀라울 뿐이었다.

이재석.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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