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집단이 외부 충격 완충 역할 꾸준한 창업 통해 국가에 기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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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업집단은 경기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변함없이 새로운 회사를 창업함으로써 잠재적으로 국가경제에 도움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타룬 칸나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10일 고(故)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서 ‘한국의 기업집단과 신사업 창출’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심포지엄은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학회·삼성경제연구소 공동 주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칸나 교수의 실증분석에 따르면 1989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의 10대 기업집단이 창업한 기업 수는 경기침체기에도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는 “기업집단은 내부 현금과 인재 풀(pool)을 통해 외부 자금줄이 막히더라도 신규 투자를 과감하게 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신설 기업은 역풍을 막아줄 메커니즘이 없어 시장의 변동성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10대 기업집단의 평균 매출을 국가 경제 전체 매출과 비교했을 때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발생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덜 감소했고, 88년 서울 올림픽 이후에는 덜 증가했다”며 “기업집단이 외부충격을 완충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창업 활동에서 기업집단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기업집단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해 긍정적 측면을 외면하는 것은 마치 방 안에 큰 코끼리가 있는데도 모르는 척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집단은 덩치가 크니까 특권과 권리도 누리지만 책임도 있다”며 기업집단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했다. 이어 “기업집단이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인재와 아이디어의 광범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한국인 고유의 창조력과 도전정신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창업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그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구체화할 수 있도록 기업집단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렬·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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