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성청장 사퇴 파문…술렁이는 경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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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학력 허위 기재 의혹을 받은 박금성(朴金成)서울경찰청장이 취임 사흘 만인 지난 9일 전격 사퇴함에 따라 경찰 수뇌부가 후임 인사 등 후유증으로 고민하고 있다.

이무영(李茂永)경찰청장은 10일 오전 경무관급 이상 간부들을 소집, 朴청장 사퇴 이후의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지난 6일 인사에서 치안정감 4명을 동반 퇴진시킨 뒤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고위 간부들에 대한 연쇄적인 승진.전보 인사를 준비해야 할 처지다.

경찰청 고위 인사는 "일요일인데도 대부분의 간부가 출근해 정치권의 반응과 여론 동향 등을 두고 근심스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당초 정부가 무리하게 朴청장을 임명하는 바람에 경찰 인사 전반이 비판받게 됐다" 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호남 출신인 李경찰청장을 유임시키면서 역시 호남 출신인 朴청장을 서울경찰청에 승진 발령함에 따라 '지역 편중' 이라는 비판이 야당 등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한 경찰청 간부는 "朴청장을 경찰대학장으로만 임명했어도 이 지경은 안됐을 것" 이라고 언급했다.

朴청장이 경찰 인사카드에 '조선대 3년 수업' 이라고 기록했지만 조선대 학적 기록엔 이 사실이 남아있지 않고, 본인이 "청강생으로 다녔다" 고 해명한 부분은 사태를 결정적으로 악화시켰다.

이날 경찰청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번 인사를 둘러싼 불만의 목소리가 속속 올라왔다.

한편 경찰청은 조속히 후속 인사를 단행해 혼란을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들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귀국하는 14일 직후 신임 서울경찰청장을 포함한 일부 치안정감과 치안감.경무관급 후속 인사가 단행될 것 같다" 고 전망했다.

유일한 호남 출신 치안정감인 朴청장이 물러남에 따라 새로 승진할 치안정감 후보로는 전남 완도 출신인 이대길(李大吉)경기경찰청장이 떠오르고 있다.

후임 서울청장으로는 이팔호(李八浩.충남 출신)경찰대학장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파문을 계기로 경찰 인사 기록 체계의 재점검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인사자료의 객관성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 데다 경찰 고위직을 임명하면서 학력 등에 대한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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