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 재현한 '가시고기'의 슬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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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찬바람이 부는 계절. 한 아버지의 헌신적인 자식 사랑이 시청자의 마음을 얼마나 훈훈하게 데워줄까.

MBC는 소설가 조창인씨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4부작으로 극화한 '가시고시' (1.2부 8일 9시55분, 3.4부 9일 밤 9시45분)를 창사특집극으로 방송한다.

'가시고기' 는 2년째 백혈병을 앓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생 아들 다움(유승호)과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아들을 살리려는 아버지 호연(정보석)의 이야기. 시사회에서 공개한 1부는 사건이 중반 이후에 몰려 있는 탓인지 다소 지루한 듯했지만 배우들의 깔끔한 연기는 돋보였다.

CF모델 출신의 아역배우 유승호는 연기가 처음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다움의 천진한 모습을 소화해낸다.

정보석씨는 또래인 자신의 두 아들과 승호를 함께 놀게 하면서 실제 부자관계 못지 않은 친밀감을 쌓는데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본래 여윈 인상인 정씨 역시 고아원에서 자라서 그런지 도움받을 곳 하나 없는 가난한 전업 시인 호연의 역할에 적역이다 싶게 몰입한다.

병원 원무과의 치료비 독촉에 내몰리면서도 아들 앞에서는 명랑한 모습만 보이던 호연이 화장실에서 혼자 소리 죽여 우는 장면은 그의 감정이입 정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씨는 배역에 대한 욕심이 상당했던 듯 "좀 더(감정을)절제했더라면 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고 전했다.

'내 목숨과 바꿔서라도 아들을 살리고 싶다' 는 바람을 글자 그대로 실행에 옮기는 호연의 사랑은 지고지순하지만, 왜 그런 부성이 돋보이기 위해서는 모성의 부재가 필연적인 배경이 돼야할까.

이른바 '자아실현' 을 위해 아들 다움과 남편 호연을 떠나 파리로 미술유학을 갔다가 재혼한 영주(박지영)가 엄마와 만나고 싶다는 병든 아들의 바람을 외면하며 이기적이다 못해 몰인정한 성품으로 비치는 것은 보는 이와 만든 이 모두 섭섭해하는 대목이다.

연출자 최이섭PD는 "영주의 내면을 후반부로 가면서 좀더 정교하게 묘사하려고 했는데 드라마 길이상 충분치 않았다" 고 말했다.

드라마는 다움의 나이를 두 살 낮추는 등 원작의 설정을 몇 대목 바꿨다.

특히 결론부분에 호연이 혼자 죽음을 맞도록 한 것은 다움의 독백이 곳곳에 삽입된 원작과 달리 드라마의 초점을 호연의 삶에 맞추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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