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세미놀·마틴 카운티 부재자 절차에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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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간 소송대전(大戰)의 핵심은 연방대법원 공방과 고어의 불복소송이다.

이 그늘에 가려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대선 향방을 바꿔놓을 비슷한 소송 두 건이 진행되고 있다. 세미놀 카운티의 1만5천표, 마틴 카운티의 9천7백73표 등 부재자 투표 2만4천7백여표를 무효화하라는 소송이다.

부재자표 가운데 부시는 세미놀에서 4천7백97표, 마틴에서 2천8백15표를 더 얻었다. 두 군데 소송 중 하나만 받아들여져도 대번에 역전된다. 호흡이 가쁜 고어에겐 기사회생의 약인 셈이다.

세미놀 카운티에서 공화당은 선거 한달 전 당원들에게 부재자 투표 신청서를 발송하면서 프린터 결함으로 수천장에 유권자 등록번호를 기록하지 못했다.

공화당 카운티 지부의 마이클 리치는 신청서를 관리하는 카운티 선거감독관 샌드라 고어드에게 전화를 걸어 "사무실에서 신청서를 수정하도록 해달라" 고 요청했다.

역시 공화당원인 고어드는 이를 수락했고, 리치는 약 1주일 동안 선거감독관 사무실에서 작업하면서 등록번호를 써넣었다.

뒤늦게 이를 알아낸 민주당원 해리 제이콥스(변호사)는 선거가 끝나자 소송을 냈다. 주법에 따르면 유권자나 직계가족 또는 법률 대리인만이 신청서에 내용을 써넣을 수 있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그는 "일종의 중립지대인 선거감독관 사무실에 공화당원이 마음대로 들어갔고 민주당에는 그런 수정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고 지적했다.

그는 "고쳐진 신청서에 따라 발송된 부재자표가 어떤 것인지 구분할 수 없으므로 모든 부재자표를 무효 처리해야 한다" 고 주장하고 있다.

주 순회법원의 흑인 여성 판사인 니키 클라크는 5일 양측 변론을 들은데 이어 6일 심리를 재개했다. 마틴 카운티 소송을 맡은 순회법원의 테리 루이스 판사도 6일 심리를 시작한다.

세미놀 카운티측 변호사는 "누구든지 유권자의 신청서 작성을 도울 수 있으며 실제로 정당들은 당원 유권자의 신청서에 여러 내용을 대신 기입한다" 고 반박했다.

고어 진영은 이 소송을 원고에게 맡기고 한발짝 물러나 있다. 그동안 고어측은 수검표를 주장하면서 "모든 표가 집계돼야 한다" 는 논리를 펴 와 이유야 어쨌든 '투표된 표의 무효화' 에 동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마틴 카운티에서도 최근 비슷한 소송이 제기됐다. 그곳에선 공화당원이 부재자 신청서 수백장을 아예 선거감독관 사무실 바깥으로 갖고 나가 더 문제가 되고 있다.

어느 쪽이든 두 소송에서 패할 경우 즉각 상고할 태세여서 주대법원은 곧 제3의 소송 숙제를 떠안을 판이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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