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교육 부실화 우려…경쟁력 계속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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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과학 입국의 기초가 부실해지고 있다.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는 6일 세계 38개국의 중학교 2학년(만 13세)을 대상으로 수학.과학분야 성취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이 수학 2위, 과학 5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과학은 이들 중학생이 초등학교 4학년 측정 때 세계 1위였으나 이번에 4단계 추락했다.

이는 실험실습 부족과 국어.영어.수학 위주 입시교육 때문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국제적인 과학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개선 등 대책이 요청된다.

1998년 9월부터 99년 6월까지 실시된 이 시험에서 한국 중학 2학년생의 수학은 5백87점으로 2위, 과학은 5백49점으로 5위였다. 수학 1위는 싱가포르였으며, 과학 1위는 올해 처음 조사에 참여한 대만이었다.

4년마다 실시되는 이 조사에는 38개국에서 18만7백명이 참가했으며 한국은 1백50개 중학교(6천2백85명)에서 외국 학교 학생들과 동일한 문제를 풀었다. 95년 중학교 2학년생은 같은 조사에서 수학 3위, 과학 4위를 기록했었다.

특히 이번에 조사한 중학교 2학년생은 초등학교 4학년이던 95년 조사에서 과학성적이 5백76점(만점은 없으나 8백점이면 최상위)으로 세계 1위였으나 이번에 27점이 떨어졌다.

분야별로는 생물(11위).화학(9위).지구과학(9위) 등에서 약세를 보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박도순(朴道淳)원장은 "한국 학생들의 과학 국제 경쟁력이 4년 동안 떨어진 것은 우리 교육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고 말했다.

이같은 과학실력 하락의 원인은 무엇보다 실험실습 및 흥미 부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IEA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은 지식영역 중에서 기억에 의존하는 문항은 정답률이 높게 나타난 반면 실험 설계.자료 해석 등에서는 정답률이 낮았다. 또 기본 지식을 적용한 복합 문제와 실험 도구를 활용한 문제의 성적이 낮았다.

과학을 좋아하는 긍정적인 태도도 전체 38개국 가운데 22위를 차지,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흥미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학년이 높아지면서 입시교육에 매달려 입시에서 비중이 적은 과학과목을 외면하는 데다 과학교육도 실험실습이 아닌 암기 위주로 진행돼 교육효율이 떨어지기 때문" 이라며 "중학교 과학교육도 실습 위주로 보완해야 한다" 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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