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가교역 못하는 한아름종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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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아름종금. 1997년 말 16개 퇴출 종금사들의 예금을 대신 지급하고, 이들 종금사의 자산과 부채를 넘겨받아 효율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설립된 이른바 가교(架橋)금융기관이다.

그런데 이 한아름종금이 퇴출사들의 자산을 뚜렷한 기준도 없이 비싸게 매입해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감시.감독이 느슨한 가운데 그만큼 공적자금 낭비가 있었다는 얘기다.

당시 신용관리기금의 자회사였던 한아름종금은 98년 2월 16개 퇴출 종금사들의 자산(원화자산 5조4천억원, 달러자산 35억3천만달러)을 장부가의 70~80%로 인수했던 것.

이는 가교 신용금고인 한아름금고가 41개 부실 금고의 자산(2조8천4백30억원)을 장부가의 46%에 매입한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선이다.

자산관리공사도 금융기관에서 자산매입 때 담보채권은 장부가의 45~50%, 무담보 채권은 장부가의 3%에 넘겨 받았다.

자산을 비싸게 인수함으로써 한아름종금의 공적자금 회수작업은 그만큼 어렵게 됐다. 그동안 한아름종금이 받은 공적자금은 14조2천억원이지만 지금껏 회수한 돈은 26.8%인 3조8천억원에 불과하다.

한아름종금이 퇴출 종금사의 자산을 비싸게 쳐준 원인 중 하나는 자산평가 능력 부족이었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평소 같으면 그 정도의 가치가 있을지 모르나 외환위기 직후 부실자산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치가 급락한 사실을 간과한 것 같다" 고 지적했다.

현재 한아름종금의 모회사인 예보측도 "당시 한아름종금이 퇴출사 자산을 이전받을 때 외환위기라는 변수 등을 고려하지 않아 값을 후하게 쳐준 면이 있다" 고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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