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전쟁’은 외설 > 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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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성 논란을 빚으며 7년째 국내에 개봉되지 못한 영화 ‘천국의 전쟁’에 대한 제한상영가 등급 결정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김홍도)는 영화수입사 월드시네마가 “영화 ‘천국의 전쟁’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매긴 것은 부당하다”며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남녀 성기나 음모를 직접적·노골적·집중적으로 노출하는 등 성적인 이미지가 영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성적인 상상을 하거나 수치심을 느끼는 것 외에 감독의 의도를 생각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정성과 음란성을 예술성으로 완화할 수 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천국의 전쟁’에서 주인공 남자는 돈 때문에 남의 아기를 납치한다. 하지만 그 아기가 죽자 남자는 정신적 고통에 사로잡힌다. 남자는 그 죄를 구원 받는다는 명목으로 자신이 모시는 상관의 딸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성적 쾌락을 추구한다. 이후 상관의 딸이 다른 남자와 있는 모습을 본 주인공이 그녀를 살해하고 종교에 귀의한다는 내용이다.

상영시간이 98분인 이 영화에서 성행위와 노출된 성기가 클로즈업된 장면이 차지하는 비율은 9분24초에 이른다. 이 영화는 2005년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좋은 평을 받았다.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예술영화로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수입사는 2004년 ‘천국의 전쟁’에 대한 등급 분류를 신청했다가 2차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제한상영가 등급 영화는 ‘제한상영관’에서만 개봉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 같은 극장이 없다. 신문·TV 등의 매체를 통한 광고, DVD 출시, TV 방영도 금지된다. 흥행 수익을 올리는 게 사실상 어려워지는 것이다. 수입사는 2008년 7월 헌법재판소로부터 등급 분류를 규정한 법률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해당 법이 개정됐는데도 지난해 이 영화는 다시 제한상영가 등급이 매겨졌다.

월드시네마 변석종 대표는 “영화에 대한 사전 등급 심의를 없애야 한다는 헌재 결정 취지가 법에 반영되지 못해 이번 결과로 이어졌다”며 “항소 이후 대책을 변호사와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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