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승객 안전은 안중에도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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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전 수원에서 인천까지 버스를 타고 간 일이 있다. 잠시 차에서 졸고 있는데 갑자기 버스가 급정거를 해 많은 사람들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깜짝 놀라 눈을 떠 보니 버스 앞으로 오토바이와 그 운전자가 쓰러져 있었다.

버스기사는 잠시 멍하게 앉아 있더니 바로 차에서 내려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다가갔다.

다행히 인명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다. 잠시 후 응급차가 도착해 오토바이 운전자를 태운 뒤 사라지고 버스기사는 차에 올랐다.

그는 미안하다는 말도 한마디 없이 운전석에 앉더니 버스를 몰기 시작했다.

바로 직전에 큰 사고를 낼 뻔 했는데도 그는 휴대폰을 꺼내더니 운전을 하면서 회사로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왼손으로는 전화를 하면서 오른손으로 핸들을 잡고 있는 것을 보면서 또 사고가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조마조마 했다.

회사에 보고를 해야 했다면 차를 잠시 세워놓고 양해를 구한 뒤 전화를 걸었어야 했다. 우리는 종종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 되는 것을 보곤 한다. 이번 일도 우리 의식 속에 얼마나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 있는 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eh0401.인터넷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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