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피치] 오말리의 '야구 농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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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메이저리그의 대외사업을 관장하는 메이저리그 인터내셔널(MLBI)은 내년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2천만달러(약 2백40억원)에 가까운 중계권료를 받는다.

MLBI는 지난 3년간 총액 5백만달러(약 60억원)에 중계권을 따냈던 경인방송(iTV)보다 훨씬 고액에 문화방송(MBC)과 새로운 4년 계약을 체결했다.

또 '21세기 일본의 새로운 도전' 으로 불리는 천재타자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일본 NHK와는 연간 1천2백만달러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가 동양의 황금시장을 개척하게 된 것은 전 다저스 구단주 피터 오말리의 힘이 결정적이다.

그는 1994년 박찬호, 95년 노모 히데오에게 다저스 유니폼을 입혔다. 한국과 일본 야구팬이 메이저리그에 자연스럽게 재미를 붙이게 된 계기다.

그러나 박찬호와 노모의 진출에 앞서 오말리는 훨씬 전부터 한국과 일본에 메이저리그의 '씨' 를 뿌렸다.

그는 40년 전인 61년부터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자신 소유의 플로리다주 다저타운에서 전지훈련을 할 수 있도록 초청했다.

또 오말리는 86년 야구 불모지 중국 톈진에 야구장을 지어 기증했다.

당시 공산국가 중국에서 어떻게 자본주의 스포츠의 상징인 야구가 뿌리를 내릴 수 있겠느냐는 비관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14년이 지난 지금은 모두 그의 혜안에 혀를 내두른다.

현재 첸진펑(LA 다저스)을 비롯, 대만 출신 선수 4명이 메이저리그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고 중국에는 2002년부터 프로야구가 생긴다.

대만을 포함한 중국 출신 메이저리거가 탄생하는 날 스타TV를 소유한 루퍼트 머독 다저스 구단주와 MLBI가 챙길 수입을 상상해 보면 또 한번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 갖다 바치는 돈을 아까워할 게 아니라 우리도 멀리 내다보고 '씨' 를 뿌리자. 그리고 그 시작은 정규구장이라고 해봐야 장충동의 허름한 구장 하나밖에 없는 유소년 야구부터 출발해야 한다.

프로야구 관중이 줄어들수록 그 뿌리에 눈을 돌리는 것이 맞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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