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 경제수석 '금고' 발언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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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기호(李起浩)청와대 경제수석의 말 한마디가 금융시장을 다시 떨게 만들고 있다.

동방.대신금고에 이어 열린금고 불법대출 사고의 여파가 채 가라앉지도 않은 민감한 시점에 李수석이 "한 두 건의 금고사고가 더 있을 수 있다" 는 예고성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계의 시선은 '다음 타자는 누구냐' 에 쏠리고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현재로선 '정현준.진승현 게이트' 와 맞먹는 대형 금고사고는 없을 것" 이라며 李수석의 발언을 '원론적인 수준의 추정' 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또 다른 사고 가능성=동방.대신금고와 열린금고 사고의 공통점은 벤처기업 사냥꾼이 금고를 인수해 고객돈으로 머니게임에 나섰다가 코스닥시장이 침체하자 빼돌린 돈을 메워넣지 못해 터진 사고라는 데 있다.

따라서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벤처기업이나 기업사냥꾼이 인수한 금고에선 이와 비슷한 사고의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지금까지 벤처기업이나 기업사냥꾼이 인수한 것으로 확인된 금고만 9곳이다. 개인 이름이나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인수한 곳까지 합치면 20여곳에 이른다는 것이 금융계 소문이다.

금감원이 지난달 말까지 검사를 끝낸 10개 금고 가운데 4곳 정도가 벤처기업이 인수한 금고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 어떤 곳에서 불법.부당대출을 잡아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그동안 잡음이 있었던 한두개 금고의 이름이 금감원 주변에서 나돌 뿐이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부당대출이 적발된 곳이 있긴 하지만 규모면에서는 동방.대신금고나 열린금고보다 작다" 며 "대형 사고로 확산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고 설명하고 있다.

◇떨고 있는 금고업계=금고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이름이 언론에 한번만 비쳐도 곧바로 예금인출 사태가 일어나 퇴출위기에 몰리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그동안 출자자 대출은 적발된 후에라도 갚으면 영업정지를 내리지 않았던 게 관례였다" 며 "갑자기 처벌수위를 높이면 금고들이 한꺼번에 도산할 우려가 있다" 고 반발하고 있다. 금고업계 관계자는 "검사를 빨리 마무리해 옥석을 가려줘야 한다" 고 주장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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