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게이트' 비호세력 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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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MCI코리아 대표 진승현(陳承鉉)씨를 둘러싼 금융비리 의혹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형 금융사고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등장해온 정.관계 로비와 비호세력 여부가 이번에도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몇달 동안 陳씨가 매스컴을 통해 해명하고 다녔는데도 검찰은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한 데다 관계자의 해외 도피설이 또 나오고 있으니 수사가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특히 날짜까지 지정하는 陳씨의 출두과정을 보면 그가 수사를 우롱한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금융감독원측이 陳씨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제기한 점은 특이하다.

금감원 고위 간부가 여권 인사를 찾아가 의혹과 수사가 금감원에 집중되는 데 항의하며 정치권은 물론 다른 '힘있는 기관' 에 대한 로비가 있었음을 밝혔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간부의 발언 중 "수 개월 전 이같은 사실을 포착했으나 파장을 우려해 조사를 중단했고 여.야당 의원이 모두 포함돼 있으며 한 중진의원은 陳씨로부터 4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상당부분 확인됐다" 는 등은 구체적인 내용들이어서 철저히 파헤쳐야 할 부분이다.

또 국가정보원 간부의 관련 의혹도 밝혀야 한다. 권력기관의 현직 고위 간부가 직접 검찰에 전화를 걸어 수사 중인 사건의 내용이나 특정인의 신병처리 여부까지 캐물었다면 잘못된 처신이다.

당사자는 개인 용무였다고 주장하지만 압력이나 비호로 오해받지 않으려면 투명하게 처리돼야 할 필요가 있다.

변호인들에게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른바 거물급 변호사들이 정상적인 수임 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채 수사단계에 경쟁적으로 '개입' 해 변호라는 명분 아래 거래나 흥정을 하는 듯한 추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출두하자마자 陳씨는 혐의내용을 부인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다. 치밀하게 증거인멸과 말 맞추기를 했다는 증거다. 그러나 결국은 수사의지에 달려 있다.

이번에도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밝히지 못한다면 검찰은 존재가치를 의심받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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