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박물관과 절교” 이란 문화재 당국 공식 통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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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영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는 고대 페르시아의 유물 ‘키루스 원통’. 기원전 539년 키루스 대왕이바빌로니아를 함락한 뒤 밝힌 통치 원칙이 진흙으로 만든 원통 위에 쐐기문자로 새겨져 있다. 1879년 영국의 바빌로니아 유적 발굴팀이 발굴했다. [중앙포토]

이란 문화재 당국이 영국 대영박물관에 교류 및 협력 관계 중단을 통보했다고 더 타임스 등이 8일 보도했다. 이란 문화유산기구(ICHTO)가 “‘키루스 원통’을 대여해 주기로 한 합의를 어긴 대영박물관과의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키루스 원통은 기원전 539년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이 바빌로니아를 점령한 뒤 선포한 통치 원칙이 담겨있는 유물이다.

영국은 지난해 1월 이 유물을 3개월 동안 대여하기로 이란에 약속했다. ICHTO는 “대영박물관이 이란 정국 혼란을 이유로 대여를 미뤄 왔다”고 주장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이란 시위 사태 뒤 “유물을 빌려줘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일었다. 양국은 핵 문제 등으로 외교적 마찰을 빚고 있지만 ICHTO는 이란 내의 유적지 탐사 등 대영박물관의 연구에 협조해 왔다. 키루스 원통은 1879년 바빌로니아 유적을 발굴한 영국 탐사팀이 영국으로 가져갔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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