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남북] 탤런트 김영옥씨 북 오빠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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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아이고, 우리 큰 오빠, 우리 큰 오빠 맞네요. "

"영옥이구나. 어렸을 때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구나. "

탤런트 金영옥(63)씨는 북측 상봉단에 포함돼 내려온 큰 오빠 영환(71.양강일보 편집부국장)씨를 보자마자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상봉장에 함께 있던 둘째 오빠 순환(68)씨, 여동생 영자(60).영순(56)씨 등 50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5남매 모두가 서로 얼싸안고 얼굴을 비볐다.

흥분이 가시고 자리에 앉은 영옥씨가 "6.25 때 학교간다고 나갔는데 이렇게 늦게 오실 수 있느냐" 며 동생 다운 투정을 부리자 영환씨는 "그래, 내 미안하다" 며 연신 영옥씨의 손을 잡았다.

영환씨는 6.25 발발 당시 연세대 영문과 2학년에 재학중이었다.

남쪽의 영옥씨 자매들은 "지난 8.15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보며 오빠를 보고 싶은 마음에 많이 울었어요" 라며 "그러나 오빠가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몰라 상봉신청도 하지 못했어요" 라고 전했다.

영옥씨의 작은 오빠 순환씨가 "부모님은 큰 형님을 그리다 10년 전 모두 돌아가셨다" 고 운을 떼자 5남매는 다시 한번 흐느껴야 했다.

영옥씨는 "큰 오빠는 우리집의 아주 '기가 막힌' 기둥이자 기대주였고 어릴적부터 공부를 잘했으니 북한에서도 반드시 성공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죠" 라며 오빠의 옷깃을 잡았다.

영옥씨는 "나는 사람들이 다 알아보는 탤런트로 일하고 있는데 우리가 드라마 속 이야기 같아요" 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장정훈 기자

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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