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리로 공적자금 일괄처리 안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한나라당 김만제(金滿堤.얼굴)의원이 30일 이회창(李會昌)총재가 국회에서 통과시켜주라고 한 추가 공적자금(40조원) 동의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金의원은 반대이유에 대해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로 시간에 쫓겨 일괄처리하는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 정치논리란 뭘 말하는가.

"李총재가 '야당이 발목잡는다는 소리 듣기 싫다' 는 이유로 빨리 해주라고 한 것 아닌가. 李총재를 직접 만나 그래선 안된다는 얘기도 했다. "

- 진념(陳稔)재정경제부장관은 빨리 통과해주지 않으면 시장이 무너져 내린다고 얘기했다.

"말도 안된다. 이헌재(李憲宰)전 재경부장관은 1차 공적자금 64조원에 대한 회수분으로도 충분하다는 얘기를 했다. "

金의원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전직 부총리 초청모임에서도 같은 주장을 폈는데 金대통령은 듣기만 했다" 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은행의 완전 민영화,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 한나라당이 정부보다 뚜렷한 보수색깔을 띠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고 비판했다.

한전 분할매각 법안에 대해서도 정부 원안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李총재가 노조측 입장 때문에 주춤하는 것이 못마땅하다고도 했다.

金의원의 이런 소신이 알려지자 당 지도부는 당황했다. 이날 저녁 목요상(睦堯相)정책위의장이 나서 金의원을 설득했고, 金의원의 보도자료가 회수됐다. 金의원은 이에 대한 불만표시로 상당 시간 잠적했다.

金의원은 "재무장관.경제부총리.삼성생명회장.포철회장을 지내면서 쌓아온 경험에 비춰 먼 훗날 이런 도덕적 해이와 무책임한 정책에 대한 내 판단이 옳았다는 사실이 밝혀질 것으로 확신한다" 고 주장했다.

전영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