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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따른 산업피해 대책 세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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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리는 지금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를 살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세계무역기구(WTO) 시대라는 표현이 풍미했는데 요즘 분위기를 보면 "FTA 시대에 산다"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처음에는 칠레라는 먼 나라를 파트너로 시작하더니 지금은 일본과 싱가포르를 상대로 협상하고 있고, 내년에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협상한다고 하며, 머지않아 중국.멕시코가 파트너로 부각될 전망이다. 미국.유럽연합(EU) 등과도 가까운 장래에 FTA를 맺을 것을 검토한다고 하니 가히 어지러울 정도다. 우리 정부의 대외통상 정책은 이제 FTA 추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열리는 FTA 시대를 맞아 누구든지 두 가지 질문을 던질 만하다.

왜 FTA를 추진해야 하는가? 어떻게 FTA를 추진해야 하는가?

첫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무역 증진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나라인 만큼 FTA를 통한 시장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다. 사실 WTO를 통한 무역자유화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벽에 부닥치고 있는 지금, 더 빠르고 광범위한 분야에서의 무역자유화를 원하는 많은 나라가 FTA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미국.EU 등 기존 무역대국들뿐 아니라 중남미와 아시아의 중견 개도국들이 모두 FTA에 열심이다. 그 결과 이미 30개국 이상과 FTA를 맺은 나라도 많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그동안 우리와 함께 FTA에 대해 비교적 소극적이었던 이웃 일본.중국도 최근 앞다퉈 FTA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우루과이 라운드, 즉 WTO 체제에 참여하지 않으면 설 곳이 없다고 했듯이 FTA에 뒤처져 있으면 설 곳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수출을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 왔고 적극적인 대외개방 정책 추진을 통해 석유쇼크.외환위기 등의 중요한 고비를 슬기롭게 넘겨온 우리나라로서는 무역 증진 아니 최소한의 시장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제 FTA는 피해갈 수 없는 막다른 선택의 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정부가 향후 대외통상정책의 초점을 FTA에 맞추고 있는 점은 쉽게 수긍이 간다.

FTA가 피할 길 없는 선택이라면, 특정국과 FTA 체결의 결과 경제성장이 얼마가 되고, 무역수지 흑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FTA를 어떻게 추진해야 할 것인지며 여기에 모든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대세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출발한 FTA이지만 그 FTA가 우리나라에, 나아가 우리 국민에게 이익을 가져올 수 있도록 추진돼야 할 것임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무역자유화로 얻고자 하는 것은 흔히들 논의하듯 흑자를 더 내고 덜 내고가 아니라 바로 국민 후생을 증대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면 더없이 좋은 무역자유화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FTA이건 그 기본 목적은 당연히 양측의 시장개방 폭을 최대한 확대해 무역과 투자를 증진하는 데 두어야 한다. 무역과 투자의 확대가 우리 국민의 후생 수준을 높이고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기본적인 명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전략이 우리 시장을 지키려는 데 머물러 있다면 상대방 국가도 당연히 그런 전략으로 대응할 것이고, 이런 축소지향적인 협상전략이라면 FTA를 추진할 필요조차 없어지게 된다. 또한 이러한 축소지향적인 통상전략으로 인해 자칫 상대 국가에서 얻어야 할 것 즉, 협상의 기본목표마저 흐리게 만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장개방의 폭이 커지면 당장 피해 보는 산업들에 대한 대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FTA의 성패 여부가 이 부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체결 이후의 농업 대책, 한.칠레 FTA 체결 이후의 과수농업 대책 등을 마련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던가를 되돌아본다면 쉽게 알 수 있다.

피해산업에 대한 대책도 기본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피해산업들이 개방된 환경에서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를 미리 내다보고 이들 산업의 구조 고도화에 대한 지원책, 피치 못할 경우에는 구조조정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예상 피해산업에 대한 대책은 협상 추진 이전에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특정국과의 FTA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기 쉽고, 나아가 협상과정에서 우리의 협상목표 즉, 상대 국가의 시장개방을 확대해 나가는 데 협상력을 경주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도훈(산업연구원 국제산업협력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