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집이야기] '나우 앤 덴'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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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사춘기 아이들 방은 어떻게 꾸미는 게 좋을까. 아이들이 어릴 때는 대부분 장난감과 알록달록한 색깔로 방을 꾸민다.

그런데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독립된 공간을 원하고 나름대로 개성이 있는 방을 갖고 싶어한다. 이 무렵 방꾸미기는 아이의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열두살 사춘기 소녀 4명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 영화 '나우 앤 덴(Now & Then.사진)' 은 도식적이지만 이런 가정을 그대로 적용한 방꾸미기를 보여주고 있다.

나중에 작가가 되는 사만사의 방은 푸른 색을 기본 바탕으로 천체 사진.망원경.책.각종 모형 등으로 꾸며져 있다.

전형적인 전업 주부가 되는 크리시의 방은 흔히 바비 인형이라고 불리는 인형방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이다.

분홍색 벽지에 삼면경, 수십 개의 예쁜 인형, 침대 위를 덮는 분홍 덮개, 분홍 이불보까지 아기자기하다.

한편 할리우드의 유명한 배우로 성장하는 티니의 방은 주황색으로 벽마다 배우의 사진이 가득하다.

성공한 의사로 자라나는 로버타의 방은 가장 평범하다. 나무 서랍장과 퀼트 이불보, 퀼트 커튼 등 특별히 소녀방다운 느낌이 없는 전통적인 미국 중산층의 방 모습이다.

이 영화는 아이의 특성에 따라 방의 색채와 침대보.장식품.스탠드 디자인까지 다르게 꾸몄다.

같은 또래 남자 아이들의 방은 어떨까. '굿바이 마이 프렌드' (사진)란 이름으로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는 수혈 과정에서 에이즈에 걸린 10대 소년과 그 이웃 친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두 소년의 방은 별 차이가 없다. 공통적으로 커다란 공룡사진, 별자리가 그려진 천체지도와 GI조 인형, 비행기 모형 모빌 등이 방을 채우고 있다. 침대 시트의 무늬도 물고기 아니면 공룡이다. 그리고 여자 아이들의 방보다 조금 더 어지럽다.

영화를 보면서 궁금해 할 수도 있다. 왜 남자 아이가 덮는 이불보는 꽃무늬면 안되는가? 여자 아이들은 왜 공룡 사진이나 GI조를 좋아하지 않을까.

그러나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것들이 성별로 갈라진다. 영화는 이런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다.

바비 인형 방 같이 꾸민 공간에서 키우면 전업 주부가 되고 싶어하고, 책이 가득한 방에서 키우면 작가로 자라나게 될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자라는 아이들이 주변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은 무시하기 어렵다.

꼭 환경결정론을 믿지 않더라도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은가에 따라 아이방 꾸미기를 달리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신혜경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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