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정권 인수·인계 싸고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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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통령 당선을 선언한 뒤 정권 인수작업을 위해 워싱턴으로 밀고 들어가려는 공화당 조지 W 부시와 그의 승리를 기정사실화하지 않으려는 빌 클린턴 행정부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자칫하면 부시와 민주당 앨 고어의 싸움에 클린턴까지 말려들 분위기다.

양측이 제일 먼저 맞붙은 것은 취임 준비위원회 사무실과 예산. 법에 따라 연방정부 조달본부는 백악관 근처에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정권인수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무실을 마련해 두고 있다. 의회가 승인한 예산 5백30만달러도 통장에 입금된 상태다. 부시는 26일 밤(현지시간) 정권인수를 선언하면서 이를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조달본부의 베스 뉴버거 대변인은 27일 성명에서 "양 후보측이 소송을 추진하는 한 대선 결과는 아직 불분명하다는 게 우리의 입장" 이라며 사무실과 자금 인계를 거부했다.

굳히기 작전에 총력을 쏟고 있는 부시 진영은 곧바로 공세를 폈다. 정권 인수팀장에 임명된 딕 체니 부통령 후보는 27일 기자회견에서 "연방정부가 정권인수를 지원하지 않으면 독자적인 체제를 갖추겠다" 고 선언했다.

체니는 이를 위해 텍사스에 정권인수 조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비영리 법인을 만들고 최고 5천달러까지 개인 기부금을 접수하겠다고 공세를 폈다.

그는 몇몇 인선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권인수팀 사무총장에 클레이 존슨 텍사스주지사 비서실장이, 대변인엔 선거대책본부 대변인 중 한 사람이던 아리 플라이셔가 각각 기용됐다. 공화당도 부시의 '워싱턴 입성 작전' 을 밀어주고 있다.

하원의 정부관리.정보.기술 소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 스티브 혼 의원은 부시의 정권인수를 위한 예산 집행을 유보한 조달본부 결정에 대해 12월 4일 청문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행정부가 대통령 당선자측의 차질 없는 정권인수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겠지만 플로리다 사태가 해결되기 전엔 행동에 들어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27일 각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플로리다주 선거에 대해 "소송이 곧 끝나게 될 것이니 인내심을 갖고 결과를 지켜보자" 고 호소함으로써 고어 후보 입장을 두둔했다. 하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의 중립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권 이양 업무를 추진할 조정위원회 설치령에 서명했으며 이번 조치와 내각이 취할 다른 노력들에 힘입어 정권을 최대한 신속히 이양할 태세를 갖추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미 연방수사국(FBI)도 새 정권이 인선하는 관리들에 대한 신원조회 기간을 반으로 줄여 7~10일 만에 끝내기로 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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