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인기 강동목요예술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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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4일 오후 7시 서울 천호동 강동구민회관. 3층의 대극장 앞은 연극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손기호 연출)를 보러 온 주민들로 빼곡했다. 매월 첫째주 목요일의 ‘강동목요예술무대’를 즐겨 찾는다는 박경아(39·주부)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과 함께 왔다. 박씨는 “집 가까이에서 값싸고 좋은 공연을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20분을 걸어서 찾아왔다는 박갑용(73) 할머니는 “노인들에게는 집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연극무대가 최고”라며 웃었다. 오후 7시40분 막이 오른 이후 2시간의 공연이 끝나자 객석을 가득 메운 700여 관람객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강동목요예술무대’(이하 예술무대)는 지난해 12회 공연 모두 100%의 매표율을 기록했다. 예술공연장이 전무한 이 지역에서 ‘문화 오아시스’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예술무대가 시작된 건 2005년 2월. 문화시설이 너무 없다는 주민들의 민원에 강동구는 인근 구청들의 무료공연무대를 본떠 기획했다. 그러나 구민회관이라고 하면 ‘재미없는 공연만 한다’는 등의 선입견이 있어 구민들이 얼마나 호응해 줄지가 걱정이었다. 이에 문화체육과 김현숙 팀장은 유료 공연이라는 역발상 아이디어를 냈다. ‘유료’가 오히려 기대감을 높일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입장료를 5000원으로 정하고 ‘이은결 마술쇼’, 연극 ‘라이어’, 오페라 ‘카르멘’ 등 널리 알려진 공연들을 중심으로 무대에 올렸다. 처음에는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엄마들이 주로 찾았지만 차츰 젊은층과 노인 등으로 확산돼 갔다.

노인·장애우들에게는 입장료를 3000원으로 할인해 주고 무료 초청 행사도 자주 마련했다. 소문이 나면서 구리·성남 등 인근 지역 주민들도 찾아오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공연 일주일 전에 시작되는 예매가 하루 만에 매진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지역 주민들이 함께하는 자리여서 공연장 분위기도 인간적이다. 본래 600석이지만 ‘되도록 많이 즐기게 하자’는 의미에서 간이의자 등을 활용해 700여 명까지 입장시킨다. 황연미(37·여·자영업)씨는 “시간에 맞춰 오지 못하는 노인·장애우들을 고려해 공연을 10분 정도 늦게 시작해도 다들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객석의 열기가 뜨겁다는 소문이 나면서 예술인들을 섭외하기도 한결 수월해졌다. 나시홍 담당(문화체육과)은 “초창기에는 세종문화회관 리허설실 등으로 찾아가도 섭외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전화로 ‘강동목요예술무대’라고 하면 선뜻 응해 준다”고 말했다.

첫해 1600만원이었던 공연수익도 지난해에는 5700만원까지 늘어났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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