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먹구름 몰리는 미국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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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미국 경제가 불안하다.

6%에 달하던 경제성장률이 3분기 들어 2.7%로 급감했고, 금융시장엔 신용경색 조짐이 나타나 신생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그간의 장기 호황을 뒷받침했던 정보통신(IT)산업에도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증시도 장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올해 연간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며, 이에 따라 내년엔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미국 시장에 들어와 있는 투자자금이 이탈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한국 경제다. 미국 경제가 기침하면 즉각 감기에 걸릴 만큼 우리 경제의 대미(對美)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3일 '최근 미국 경제의 불안요인에 대한 평가' 라는 보고서를 배포하고 "미국 경제가 경착륙(하드랜딩)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하루빨리 현재 진행 중인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대외 신인도를 높여 만약의 타격에 대비해야 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 미국 경제 연착륙 흔드는 불안요인들=고성장을 거듭하던 미국 경제가 올해 3분기엔 성장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올들어 여섯차례에 걸친 미국 연준(聯準)의 금리 인상 및 최근의 고유가가 성장률 급락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많은 전문가들이 민간소비의 안정적 증가(1분기 7.6%→2분기 3.1%→3분기 4.5%)에 힘입어 미국 경제가 내년도에 3%대 성장, 3%대 물가, 4%대 실업률에 근접하는 연착륙(소프트랜딩)에 성공할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한은은 보고서에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조짐▶정보통신 산업의 급격한 위축 및 주가 급락 전망▶경상수지 적자 확대와 달러화 약세 반전 우려 때문에 경착륙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진단했다.

우선 지난 봄 이후 금융시장에선 위험 기피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투자부적격 회사채의 가산금리가 큰 폭으로(BB급 기준, 1월 1.90%→11월 초 2.34%) 상승했다.

최근 은행의 기업 대출금 연체율이 급상승(1분기 1.95%→2분기 2.13%)하고 있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IT산업도 비관적인 전망이 갈수록 늘고 있다. 경기 둔화로 첨단설비에 대한 수요가 감소(99년 3분기 27% 증가→2000년 3분기 20% 증가)하면서 첨단 기술주들이 모여 있는 나스닥 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아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만만치 않다.

여기다 올해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4천억달러를 웃돌아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르면서 미국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경우 미국 증시에 투자된 유로지역 등 외국계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자금이탈은 추가적인 주가 하락과 달러 약세를 부추길 전망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차백인 국제금융팀장은 "결과적으로 연착륙하더라도 내년도에 미국 경제가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 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마무리가 최선의 대비책=한은은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한국 경제에도 충격이 있을 것" 이라며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하기 전에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하고 금융시장의 정상화를 마루리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윤성훈 연구위원도 "우리 경제가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타격은 불가피하다" 면서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국제신인도를 높임으로써 외국계 투자자금이 국내에서 더 이상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 외엔 특별한 대비책이 없다" 고 말했다.

신예리.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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