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세계화 시대의 행복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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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세계화는 우리들에게 생활(경제적)의 윤택함을 가져다 주고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면 우리들은 '행복'하게 된다고 하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는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해야 했고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직장을 잃어 방황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자살까지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나마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적성과 자격에 적합한 일자리는 아니지만 '행복한 사람'이라고 불려지고 있다.

직장의 주인(사장, 회장, 또는 직접 상사)은 외국인으로 바뀌고 그들과 만나도 외국어가 되지 않아 대화도 할 수 없고 사실상 만날 기회도 없으며 그들은 먼 외국에 앉아 이메일을 통해 현지인 간부들에게 명령과 결정을 하달하고 있다.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인사관련, 노무관리, 노사협의에 관한 전권이 외국인의 손에 넘어간것을 모른체 시가에서 농성을 벌이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 암담한 현실이다.

이러한 '세계화'는 찬성할 수 없다하며 '세계적(global conseuw)인 합의'에 의한 사회적 평등 또는 사회적 정의를 강조하는 움직임이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다.

매년초 스위스 다보스(Davos)에 있는 세계정상경제회의의 금년주지가 바로 그것이었다. 즉 현행 세계화의 인간상(이익만을 추구하는 경제인 Home Economicus)에 관한 대안이 바로 사회정의/평등을 추구하는 인간상이다.

필자는 이를 Home Davosiensus)라고 부른다. 바꾸어서 말한다면 경제이익 추구의 미국형 세계화와 사회평등/정의를 추구하는 유럽형 세계화의 충돌이다.

'세계화'와 인간의 '행복감'간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현재 구미사회과학 큰 흐름의 하나이다. '행복의 역사''소비주의와 행복감''단순한 생활의 철학'등은 종래 '행복연구'의 대상이었다.

최근 로버트 레인(Robert Lane)의 '시장경제·민주주의 속에서 행복상실'은 전인류가 추구하는 세계화와 민주주의 속에서 인간으로 '행복감'이 상실하고 있다는 사실 즉, 인간의 자기기만현상을 신랄하게 분석했다.

쉽게 다시 질문하자.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돈'을 가져야 하는가? 단 얼마나 많은 '자유'를 향유해야 하는가? 아무도 회답할 수 없는 질문이지만 인간 스스로는 '돈'과 '자유'의 무제한 소유에 대해서 Zero-sum-game태도를 갖는 것이 보통이다.

IMF는 세계화를 단순히 '재화와 서비스 및 금융자본, 또한 기술이 무제한으로 국경을 넘어 거래되는 양(量)과 양상(樣相)의 증대'(1997)라고 정의했다.

한국의 세계화정의도 이렇게 되어버렸다. 세계화의 이러한 이해는 너무나 편파적인 것은 물론이나 심각한 오류를 내재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갖는 본질적인 경제적 문제점(예:부익부 빈익빈)뿐만 아니라 무제한적 경제·금융재화 흐름의 뒤에 도사리고 있는 '힘의 법측(Law of Power)'이다.

이 힘은 세계경제·사회·문화질서를 계층화(Hierauigation)시키는데 끝이지 않고 '강자'의 경제, 사회, 문화가치관이 지배적이고, 주도적역할을 하기 때문에 '약자'는 식민지화되고 '약자'의 가치간, 특히 문화는 점점 뇌쇄해버리는 것이다. 필자는 이 현상을 수평적 세계화의 수직성이라고 칭한다.

'강자'의 문화와 가치간이 전세계적으로 파급되는 것을 세계문화의 표준화, 단일화라고 부르며 이러한 과정이 점차 확대되어 '세계사회''세계문화'나아가서는 전세계는 '단일세계(one world vision)'로 가게된다고 한다. '기든스''베크''칸터' 등 많은 학자들은 그러기에 '한세계 비지오니스트(one world visionist)'불리워진다.

그럼 이렇게 된 속에서 살고 있는 세계화된 인간은 정말 행복할 것인가? 바꿔 말한다면 우리한국인은 어느 정도 '한국인'인가? 그럼 '한국인'이라고 하는 공통된 특징은 무엇인가?

나아가서 표준화, 단일화를 추구하는 세계화속에서 한국과 한국인은 도대체 어디에 서야하는가? 어떻게 하면 한국인은 세계화속에서 '한국적인 행복감'을 할 수 있을것인가?

세계화 강풍은 우리를 깨워준다. 그러나 돌연히 우리가 무엇이며, 한국이 한국문화, 가치관이 무엇인지를 재고하게 된다. 식민지시대는 우리의 명확한 '적(敵)'이 있었고 우리목소리를 '파고다공원'에서 크게할 수 있었다.

냉전시대는 우리 체제의 '우월감'을 자랑할 수 있었고 OECD가맹국이 되어 一等國家서열에 선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적(敵)도 경쟁자도 명확히 구별할 수 없고, 뚜렷한 '한국인의 목적'이라고 정희하기도 힘든와중―또 누구도 정의할려고 하지도 않지만―고리를 물고 도래하는 위기, 사건, 사고가 한국의 세계화속에서 처량한 현주소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차례에 '많은 돈'과 '많은 자유'가 우리에게 '행복감'을 가져다 준다고 하면 희롱할 것이다.

즉 원점은 主體이다. 유럽인이 경제위주의 세계화에 사회정의·평등을 추구하는 세계화를 대안으로 제시한것 같이 우리는 우리문화가 쇠퇴하기 전에 '문화위주의 세계화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사람의 한국사람으로써 존속하기 위해서.

박성조 <독일 베를린자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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