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호화판 사은회 꼭 해야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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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졸업이 얼마남지 않아 취업걱정으로 밤마다 잠을 설치고 있는데 얼마 전 학교를 갔더니 과대표가 4만원을 내라는 것이다. 사은회를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나는 평소 교수님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얻은 점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다.

하지만 취업이 안돼 4학년생들은 모이기만 하면 한숨쉬느라 바쁜데 사은회를 한다고 돈을 걷는 것이 조금은 못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불만을 털어놓았더니 과대표는 "다른 과는 호텔에서 하느라 1인당 10만원씩 걷기도 했다" 고 설명했다.

일부 교수님들은 체면을 생각해 사은회를 호텔에서 열어달라고 요구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한다.

심지어 선물을 미리 지정해 주는 교수님들도 있다는 것이다. 은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취업난으로 마음이 무거운데 이렇게 돈을 펑펑 써가면서 화려하게 사은회를 꼭 열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과연 화려한 겉치레를 통해 전해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영희.인터넷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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