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이만섭의장 막은 민주 여성저지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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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만섭 국회의장의 본회의장 출입을 막는 현장에 여성 의원들이 있었다. 신문들의 1면 사진과 TV뉴스를 장식한 이 장면은 여야의 뒤바뀐 입장을 실감나게 보여줬다.

"왜 나를 막느냐. 비켜라" (李의장의 고함).

그러나 의장 옆에 버텨선 민주당 김방림(金芳林.전국구)의원은 꿈쩍하지 않았다. 그 옆의 김희선(金希宣.서울 동대문갑)의원도 마찬가지였다.

17일 오후 11시5분 국회의장실. 민주당 여성의원 9명이 같은 당 대선배인 李의장이 본회의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저지조' 로 나섰고, 맨 앞에 김방림 의원이 선 것.

15대 시절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의원과 고성으로 말싸움을 벌였던 한영애(韓英愛)전 의원처럼 金의원은 DJ를 오래 따라다닌 당료 출신.

뒤이어 들이닥친 한나라당 의원들이 "여기가 민주당 의총장이냐. 나가라" 고 소리치자, 이들 여성의원은 "왜 밀쳐요. 당신들이나 나가요" 라고 맞고함쳤다.

그리고는 민주당 남성의원들과 한나라당 남성의원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와중에 김방림 의원은 넘어져 병원에 입원했다.

후유증은 그것만이 아니다. 몸싸움의 현장에 여성의원들이 끼여든 것을 놓고 논란이 벌어진 것. 이들 여성의원은 19일 "李의장이 중립적이지 않고 야당편을 드는 것 같아 우리가 나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미경(李美卿.전국구)의원은 "지난 7월 우리 당이 국회법 개정안(자민련 교섭단체 만들기)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해 달라고 했을 때 李의장은 여야 합의가 안됐다고 거부했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성들이 여야 대치의 앞장을 선 것 같아 모양이 좋지 않다" 는 소리가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이)여성의원을 개별 헌법기관 이전에 여성으로 인식해 저지조로 동원한 것 아니냐" 고 혹평한다.

민주당은 16대 국회에서 정당 사상 가장 많은 10명의 여성의원을 배출했다. 그렇지만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는 수적 확산 못지않게 여성 스스로 정치적 역할공간을 만들어가는 일이 이뤄져야 의미있다" 는 지적도 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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