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빚 갚기 위해 콜로세움 임대 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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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정부 빚을 갚기 위해 콜로세움을 민간에 장기 임대하자."

"조상이 물려준 신성한 문화유산을 모독하는 미친 짓이다."

고대 로마시대에 검투사들이 사나운 맹수와 격투를 벌였던 콜로세움을 돈벌이에 이용하자는 제안을 놓고 이탈리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1924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콜로세움은 로마의 상징물이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논란은 다니엘 몰고라 재무부 차관이 지난 주말 콜로세움을 민간에 장기 임대하자는 제안을 하면서 비롯됐다. 북부 지역에 주요 세력 기반을 둔 북부동맹이 이끄는 중도우파 정부는 막대한 공공 부채를 줄이기 위해 1240억달러에 이르는 국유자산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몰고라 차관은 "콜로세움을 팔 수는 없겠지만 민간에 임대하면 정부 수입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제안에 대해 로마와 인근 남부 도시를 중심으로 한 야당 세력은 발끈하고 나섰다.

중도좌파인 왈트 벨트로니 로마 시장은 "한심한 국회 의원도 아니고 정부 각료쯤이나 되는 사람이 이런 제안을 했다"며 "한마디로 수용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로마를 둘러싸고 있는 라치오 주지사인 프란체스코 스토라체는 "말 많은 북부동맹 사람들의 입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틀어막는 게 좋겠다"고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토로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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