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클리닉 Q&A] 대입 논술 대비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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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Q) 수능 시험도 끝나고 이제 찬찬히 논술을 준비할 때입니다. 지난주 이 코너에 '대입 논술 대비하려면' 이 나간 후 같은 주제로 좀더 조언해 달라는 독자가 많아 또 다른 전문가에게 답변을 부탁드렸습니다.

(A)논술 시험을 약 40~50일을 앞두고서 논술 공부를 한다는 전제 하에서 책을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죠? 논술 문제를 정확하게 분석해 한 편의 완성된 글을 자신만만하게 쓰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당연히 논술 문제를 아주 세밀하게 분석해서 한 편의 답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책이 좋은 책입니다.

문제의 요구 사항을 정확하게 분석해 보여주고, 그 요구 사항에 따라 어떻게 핵심 아이디어를 떠올리는가 설명해 주고, 아울러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설득력있게 구체적으로 펼쳐나가야 하는가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한 뒤, 마지막으로 개요를 어떻게 작성하는가 확실하게 보여주는 책이 좋습니다.

물론 예시 답안 내지는 모범 답안이 덧붙여져 있으면 참고할 수 있어 좋구요. '요컨대 문제 해설이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자세하게 설명한 책을 참고로 해서 자신의 글을 떠올리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그러니까 문제는 많은데 해설이 간략한 책은 결코 좋은 책이 아닙니다.

다음으로 생각할 것이 논술 문제들의 주제입니다. 바람직한 인간의 삶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참다운 인간됨, 바람직한 사회의 상, 추구할 만한 행동과 가치 등을 중심으로 교육, 학문, 문화.예술, 종교, 현대 사회.역사 등에 관한 다방면에 걸친 나름의 관점들을 요구하죠. 일일이 이 주제들에 관한 전문적인 책을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들 주제 영역에 대해 나름의 관점을 형성하는데 도움되는 글들로 구성된 책이 요구됩니다.

지금에 와서 논리적인 분석을 주된 무기로 하는 책은 그다지 좋은 책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무슨 논리에 관한 책들은 읽을 여유도 필요도 없습니다.

실제 논리보다 앞서 시급하게 요구되는 것은 여러 주제에 대한 나름의 관점 형성입니다.

논술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쓸 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쓸 말이 있긴 하되 나름의 관점에 의거해 일관되게 쓸 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글이 전달해 주는 지식은 중요하지 않죠. 그 글에 깔려 있는 가치관 내지 관점이 중요한 것이고, 그 가치관 내지 관점이 실제로 우리의 삶을 어떻게 잘 드러내고 있는가가 중요하지요. 그것이 바로 나름의 가치관이요, 관점입니다.

그러니까 주제별로 글들을 묶은 책들 중 마치 '각 주제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 과 같은 방식으로 쓰인 책은 좋지 않은 책입니다.

한 편의 읽을 글이라도 감동을 수반한 설득력을 지닌 글을 읽어야 합니다.

대체로 말해 국내의 믿을 만한 필자들이 알기 쉬운 우리말로 특별히 학생들을 위해 여러 주제에 관해 쓴 글들을 모은 책이 좋습니다.

외국의 필자들이 쓴 글도 좋은 내용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잘못된 번역투의 글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입니다.

감동적인 내용은 나름대로 받아들이고, 문체는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조광제 <철학박사. '철학아카데미' 대표>

▶ '북 클리닉 Q&A' 는 독자 여러분이 직접 만드는 코너입니다. 책읽기와 독서 정보에 대해 궁금한 점을 e-메일(jqna@joongang.co.kr)이나 팩스(02-751-5598)로 문의해주십시요.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궁금증을 풀어드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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