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마도지방 산업단지로 재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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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경기도 화성군 마도면 쌍송리 일대는 1980년대 초반까지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이었다. 그 곳에서 지난 14일 열린 공업단지 기공식에는 30여명의 염료업체 사장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마도면에 염료 단지를 건설하기 위해 폐염전 28만여평을 87년 공동 매입한 '땅 주인' 들이다. 그러나 이날 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공단 조성을 위해 13년 동안이나 갖가지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관련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문을 두드려야 했다. 주민들의 반발도 커 그간 환경영향평가만 네 차례 받았다.

염료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각종 폐기물이 인근 해안 지역이나 농지를 오염시킬 우려가 있는 데다 삼림.문화재 보호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민들이 반대한 것.

건설이 늦어지자 대부분의 땅 주인은 할 수 없이 경기도 시화.안산공단이나 인천 남동공단에 입주했다. 따라서 이 공단 입주는 포기한 지 오래다.

이날 기공한 공단의 이름이 '염료업체 협동화 단지' 가 아닌 '마도지방 산업단지' 로 정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경인양행 성낙관(64)부회장은 "당시 땅을 샀던 조합업체들이 협동화 단지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며 "그간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지만 늦게나마 공단 건설 허가가 나 다행" 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기공식은 염료업체들 입장에서 보면 땅값을 건지기 위해 공단 분양을 대외에 알리는 행사에 지나지 않았다.

협동화 단지를 추진했던 염료조합은 공단 입주 업체 대표가 아닌 공단건설 시행자 자격으로 이날 기공식을 주관했다.

염료조합의 이병천 전무는 "지금은 공단건설 여부가 6개월이면 판가름나지만 당시는 체육부를 제외한 전 부처에 공단건설 관련 자료를 내 심의를 받아야 했다" 며 "작성한 자료만 트럭 한 대분은 족히 될 것" 이라고 말했다.

87년 협동화 단지를 처음 추진할 때 염료업계는 제품이 없어서 수출을 하지 못할 정도로 호황이어서 협동화 단지 건설이 이들의 숙원사업이었다.

단석산업 한구재(52)사장은 "서울과 가까운데다 평택항과 인접해 공단 입지로는 그만이었다" 고 아쉬워했다.

염료안료조합 이종만 이사장은 "이 단지는 총 공사비 8백억원을 들여 2003년 11월 완공할 예정으로 기계 조립.전자부품 업체들에 분양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화성〓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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